어제, 강정

냉이로그 2015. 3. 23. 23:36

 

 

 

 

 어제 강정에서 <가객에게 다시 부치는 편지, 앵콜 in 강정> 김광석 추모콘서트가 있었어. 지난 1월 저지에서 열렸다는 이 콘서트, 1월 말 강정에 경찰과 용역의 행정대집행이 있고 난 뒤, 그 무대를 그대로 강정으로 가져가 힘을 실어주러 다시 모인 뮤지션들.

   

 

 

 

 무자비한 폭력이 시작되었다고 속보가 날아드는 걸 보면서도 그땐 힘든 몸의 달래와 감자에게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제주에 지내면서도 강정에 손 한 번을 제대로 잡지 못해. 어제 다시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 때나마 한 조각 마음이라도 보태고 싶어 달래와 함께 감자 기저귀 가방을 챙겼다. 이번에는 감자가 처음으로 가게 되는 섬의 남쪽 먼 길.

 

  

 

 수니 언니의 무대도 있었어. 달래는 자기 눈물 흘린 거 여기에다 쓰지 말라지만, 수니 언니의 첫 곡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들으며 눈가가 젖어들어.  

 

 

 

 

 

 

 

 

 무대에 막이 오르고, 처음부터 얼마나 싸운드가 쎄게 들려오던지, 감자가 놀라지 않을까 했지만 천하무적 순둥감자는 그 커다란 앰프 볼륨에도 무대에만 집중했다. 열네 팀의 공연 가운데 일곱 팀의 순서가 다할 때까지 아빠 품에 안겨 신기한듯 무대에만 집중해. 공연 중간에 아랫도리가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지만 1부가 끝날 때까지는 손을 써볼 수가 없어 그대로 두었는데도 칭얼거리는 거 하나 없이 가만히 안겨 있어. 1부가 끝나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두 시간 이상 지나서는 무리다 싶어 끝까지 공연을 보고 올 수는 없었지만, 다섯 달 된 감자는 한 시간이 넘도록 무대를 바라보다가는 품에 안겨 잠이 든 채로 또 한 시간을.  

 

 

 

 

 

 감자야, 여기가 강정이란다. 제주에서 가장 살기 좋고 아름다웁다는 곳. 그러나 지금은 전쟁을 준비하는 군사기지를 만드느라 그 모든 자연을, 삶을, 사람의 마음을 부수어버리고 있는 곳. 지켜내어야 할 곳, 지키지 못하더라도 기억해야 할 곳, 바로 여기.

 

 

 

 

 

 

 

 

'냉이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니형아들  (0) 2015.04.05
모습  (0) 2015.04.03
엿새  (0) 2015.03.23
기억 타일  (0) 2015.03.21
예쁘다  (3) 2015.03.12
Posted by 냉이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