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제주에 내려온 길에 얼굴이나 보고가려 연락했던 재호는, 만난 그 다음 날로 집에 올라가 짐을 꾸려 배를 타고 다시 들어왔다. 그렇게 우연과 우발로, 제주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지 열 달 가까이가 지나, 이제 그만 육지로 올라가기로 했다면서, 가기 전 인사를 나누러 마을 가까이로 다녀갔다. 재호 뿐 아니라 그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지웅이도, 민규도, 그리고 올해부터 제주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는 봉수까지.
이내 나는 취해버린 것 같다. 날마다 집에서 소주 한 병씩을 하기야 하지만, 여럿이 모인 속에서 잔이 비우기가 무섭게 채우고 부딪치고 하는 거에는 이젠 좀 버거운가. 하귀리에 있는 실내포장마차, 오랜만에 술집이라는 데엘 앉아 짼을 하고 짠을 하고 부딪치고 넘겨대었더니 금세 정신이 없어 ㅜㅜ
다음 날, 뱃속에서 목구멍까지로 쉴새없이 우오옵, 우오옵! 신물 비슷한 게 올라오고 있었지만, 달래 앞에서는 애써 괴로운 표정을 숨겨 괜찮은 척, 안 그런 척 하고 있던 중에 그 전날 만난 동생 가운데 하나가 카톡으로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