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냉이로그 2015. 1. 2. 02:58
 

 

  
 해가 바뀌었다. 세상에 온지 일흔일곱 날 밖에 되지 않은 감자는 영문도 모른 채 두 살이 되었다. (하하, 벌써 두 살이라니) 나도 하나를 더 먹어 마흔세 개가 되었고, 달래도 어느 새 4학년이 되어. (웰컴 투 사십대 ㅋ)

 

 

 

 

 한 해가 저물고 새해를 맞고 있었지만, 그런 날들 속에서도 지난 시간을 그윽하게 돌아보거나 어떤 고요한 상념에 들만한 여유는 없었다. 감자네 집에서는 여전히 지난 칠십여 일과 다르지 않은 무한반복. 감자가 젖을 보챌 때마다 달래는 지친 몸으로 일어나 감자를 안았고, 나는 눈이 뜨기 무섭게 밤새 젖은 기저귀를 주물렀고 가스렌지 위로 그것들을 삶거나 나물을 다듬어 데치고, 달래와 번갈아가며 우는 아이를 세워 안다 보면 또다시 밤이 되고 새벽이 되어. 그것말고는 어떤 일상도, 어떤 계획도, 어떤 도리도 하지 못한 채 날은 저물고 다시 밝았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한 해가 통째로 저물었고 또다른 해가 밝았다.

 

 아마도 감자네 집에서는 짧지 않은 시간을 그저 그렇게 보내야 하겠지. 다 내려놓고 지내게 될 시간들. 그것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지내야할 시간들. 그러나 아마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 시간동안, 그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할 것들을 배우게 될 거라 믿는다. 그러니 경계해야 할 건 속절없이 스미어들지 모를 내 마음의 답답함이나 조급함 같은 거일 뿐.

 

 달빛 내리는 마당엔 아직 눈이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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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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