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냉이로그 2015. 3. 10. 07:29

 

 

 

 

 배가 가라앉기 시작한 건 이 섬에 유채가 한참이던 사월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린 들판으로 그 노란 꽃들이 피어나고 있는 삼월. 곧 일 년이다. 아직 저 깊디깊은, 차가운 그곳에는.  

 

 

 기다리래 / 김환영

   

 

 감자야, 엄마랑 아빠랑 우리 식구도 그 바다를 내려다 보는 항구 앞에 타일 한 장 그리자. 네가 태어나기 반 년 전, 아직 엄마 뱃속에 있던 어느 날, 이 섬으로 내려오는 저 바닷길에서, 얼마나 많은 언니형아들이 눈을 감았는지. 얼마나 무서운 일이 있었는지,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거기에는 너처럼 아직 엄마 뱃속에 있던 배냇아가도 있었고, 지금 너처럼 엄마 품을 파고드는 갓난아기도 있었으니.

 

 

 

 

 안 그래도 봄 달력을 보면서 올 사월에는 달래, 감자와 함께 진도엘 다녀오자 하였다. 작년 그 일이 있고나서 안산에도, 팽목에도 한 번을 가지 못하고 있어. 그 일이 있던 날은 4월 16일, 그 하루 전날은 우리가 혼례를 올리던 날. 달래도 선뜻 대답을 하여, 그 날짜들에는 다른 약속을 피하자, 고 말을 하고 있던 중. 감자는 아마 그때 처음으로 제주섬 바깥으로 나가보는 게 되겠지. 한 달 정도가 남았네, 그 즈음이면 그 먼 길을 나설 수가 있겠는지. 출렁거리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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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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