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걸음

냉이로그 2014. 7. 29. 22:56


            
 도청에서 출발해 노형오거리를 지나 '평화로'로 이어지는 긴 걸음. 말랴와 함께 그 길목에서 긴 걸음을 기다렸다. 오뚜기처럼 배가 불러, 펭귄 걸음을 걷는 달래는 함께 걷지는 못해, 말랴와 나를 그곳까지 데려다 주고, 저녁 무렵 항파두리 작은문화제가 열리는 자리로 나오기로 해. 평화로에서 행렬을 기다리는데, 그 오르막길을 자전거로 맨 앞에서 오르는 이들이 있다. 말랴 얼굴을 보더니 환하게 웃어. 이발사와 정란, 두 분. 그 뒤부터 그 긴 걸음의 끝자락을 따라 함께 걸어. 


 


 '평화로'에서 애월, 한림 방향 '애조로'로 들어서는 길. 시내에 나갔다가 집으로 들어올 때 늘 지나다니던.
 





 긴 걸음의 어느 한 분 등 뒤에 이런 조각 현수막이 매달려 있었다. 빨간 글씨는 바로 되어 있는데, 그 위 검정 글씨는 왜 뒤집어 있나, 하면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보니 이렇게 쓰고 있는 거. - 세월호 / 강정해군기지 / 이스라엘인의 팔레스타인 인종말살 /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첫날 일정을 마치는 항파두리에 거의 다다랐다. 이정표에서 왼쪽은 고성리, 오른쪽은 장전리라 되어 있는데, 장전리에서 한 걸음만 더 가면 소길리니, 정말 집에서 가까웁던 곳.






 공습이 시작한 가나안의 땅에서는 한 시간에 하나 꼴로 어린아이가 죽어가고 있다던가. 이 길을 걷는 내내 끝말잇기를 하며 즐겁게 걷던 어린 남매가 있었다. 그 아이들이 있어 몇 번이나 웃음을 짓곤 했어. 이 별 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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