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명
아바즈에서 온 메일. 언젠가부터 그곳에서 메일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고, 그것이 아니라면 알지 못했을 일들 - 남아공의 사자무역을 중단하게 하는, 오랑우탄의 마지막 서식지인 보르네오섬의 숲을 지키는,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동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잡아들여 고문하고 있는 것을 못하게 하는 - 을 전해주었고, 그 청원서에 서명을 참여하곤 했다. 제대로 된 영어 한 줄 할 줄을 모르지만, 이 캠페인은 열다섯 가지 말로 옮겨 각각의 언어로 세계 곳곳의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모아진 청원은 사안에 따라 유엔으로 보내거나 당사국의 의회로, 또는 그것을 관장하는 국제기구로 직접 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이곳에서 세계 시민들에게 함께 손잡아주기를 바라는 이슈는, 저 먼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 뿐만은 아니, 이미 이곳의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일에도,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규명하도록 하는 일에도 세계 시민들에게 그 내용을 알리며, 함께 손을 잡아왔다.
그리고 오늘 들어온 메일에는 팔의 땅에서 벌이고 있는 엘의 만행을 멈추게 하기 위한 세계시민들의 비폭력행동을 제안하는 거. 요 밑에 있는 배너를 눌러.
나도 말을 하다보면 자꾸만 실수를 하곤 하는데 - 이를테면 지금 저 가나안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분쟁이라 말하지 말 것. 분쟁이라 하는 것은 대등한 이해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 및 다툼이라는 뜻으로 보여질 텐데, 그 땅의 일들은 수십 년 이어온 식민 지배였고, 무단 점령이었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 팔과 엘이라는 제목으로 끄적인 메모에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분쟁'이라 적어놓고 있었어.
마찬가지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전쟁이라 말하는 것도 온당치가 못해. 일방적인 침략에 다름 아닌 그것일진대, 엘의 만행을 조금이라고 덮고자 하는 이들은 그것을 마치 대등한 수준으로 공격을 가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식으로 시선을 구부러뜨리게 한다.
언어는 이데올로기다. 그 어떤 말을 선택하여 쓰는가는, 그것을 바라보는 입장이 어떠한지를,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며, 또한 그러한 관점을 재생산하게 되는 것. 몇 해 전 <라피끄, 팔레스타인과 나>를 보면서, 그 땅을 가로막는 장벽을 '분리장벽'이라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머릿속에 새기던 일이 다시금 떠올라. 그것은 단순 분리가 아닌 '고립장벽'이라는 것을.
2. 만화
팔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엘의 만행을, 왜 '분쟁'이라 말해서는 안되는지, 그곳의 일들을 잘 보여주는 만화가 있다. <아! 팔레스타인>이라는 제목으로 원혜진 작가가 그려내고, 여우고개 출판사에서 두 권으로 펴낸.
이 만화들은 오마이뉴스에 서른두 번으로 나누어 연재가 되어 올라있기도 한 것인데, 그 가운데 몇 대목만 가져온 거. 이리로 들어가면 모두 볼 수가 있어.
아바즈에서 온 메일. 언젠가부터 그곳에서 메일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고, 그것이 아니라면 알지 못했을 일들 - 남아공의 사자무역을 중단하게 하는, 오랑우탄의 마지막 서식지인 보르네오섬의 숲을 지키는,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동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잡아들여 고문하고 있는 것을 못하게 하는 - 을 전해주었고, 그 청원서에 서명을 참여하곤 했다. 제대로 된 영어 한 줄 할 줄을 모르지만, 이 캠페인은 열다섯 가지 말로 옮겨 각각의 언어로 세계 곳곳의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모아진 청원은 사안에 따라 유엔으로 보내거나 당사국의 의회로, 또는 그것을 관장하는 국제기구로 직접 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이곳에서 세계 시민들에게 함께 손잡아주기를 바라는 이슈는, 저 먼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 뿐만은 아니, 이미 이곳의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일에도,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규명하도록 하는 일에도 세계 시민들에게 그 내용을 알리며, 함께 손을 잡아왔다.
그리고 오늘 들어온 메일에는 팔의 땅에서 벌이고 있는 엘의 만행을 멈추게 하기 위한 세계시민들의 비폭력행동을 제안하는 거. 요 밑에 있는 배너를 눌러.
나도 말을 하다보면 자꾸만 실수를 하곤 하는데 - 이를테면 지금 저 가나안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분쟁이라 말하지 말 것. 분쟁이라 하는 것은 대등한 이해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 및 다툼이라는 뜻으로 보여질 텐데, 그 땅의 일들은 수십 년 이어온 식민 지배였고, 무단 점령이었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 팔과 엘이라는 제목으로 끄적인 메모에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분쟁'이라 적어놓고 있었어.
마찬가지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전쟁이라 말하는 것도 온당치가 못해. 일방적인 침략에 다름 아닌 그것일진대, 엘의 만행을 조금이라고 덮고자 하는 이들은 그것을 마치 대등한 수준으로 공격을 가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식으로 시선을 구부러뜨리게 한다.
언어는 이데올로기다. 그 어떤 말을 선택하여 쓰는가는, 그것을 바라보는 입장이 어떠한지를,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며, 또한 그러한 관점을 재생산하게 되는 것. 몇 해 전 <라피끄, 팔레스타인과 나>를 보면서, 그 땅을 가로막는 장벽을 '분리장벽'이라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머릿속에 새기던 일이 다시금 떠올라. 그것은 단순 분리가 아닌 '고립장벽'이라는 것을.
2. 만화
팔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엘의 만행을, 왜 '분쟁'이라 말해서는 안되는지, 그곳의 일들을 잘 보여주는 만화가 있다. <아! 팔레스타인>이라는 제목으로 원혜진 작가가 그려내고, 여우고개 출판사에서 두 권으로 펴낸.
이 만화들은 오마이뉴스에 서른두 번으로 나누어 연재가 되어 올라있기도 한 것인데, 그 가운데 몇 대목만 가져온 거. 이리로 들어가면 모두 볼 수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