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나는 잊지 않을 수 있을까. 순한 눈망울들을 수백이나 싣고 이 섬으로 건너오던 배가 바닷속으로 잠겨든지 한 달 반 너머. 그동안 나는 노란리본 한 번 가슴에 달지 못했다. 바닷속으로 잠겨든 건 과연 그 배 뿐이었을까, 아님 우리가 함께 잠기고 만 것은 저 깊은 바닷속이기만 할까.
어린이책을 만드는 동네에서 뜻있는 분들이 마음을 모아 조그만 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노란리본, 그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노란책.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마흔두 분이 그림을 그렸고, 여기에 기획자, 디자이너 분들이 손을 보탰다. 눈물 젖은 마음들, 리본과 촛불이 모이는 광장에서도 손피켓처럼 접었다 폈다를 할 수 있게끔 팔 벌린 길이로 병풍처럼 만든 책. 이 책을 인쇄하고 제작하는 일을 낮은산이 나서주었다 하기에, 진작에 아저씨에게 몇 부만 보내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어. 모두 4종으로 만들어, 이천 부씩을 찍었다 하는데 닷새도 되지 않아 다 나갔다던가. 암튼, 그렇게 하여 만든 조그만 책을, 며칠 전 아저씨가 훌쩍 다녀가면서 가방에서 꺼내어 주었다.
그 조그만 책을 하나하나 펼쳐 벽면 하나에 붙여놓았다.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과연 나는 잊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