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함께 있는 게 하도 보기 좋아 전화기로 사진을 찍어 담아놓았는데, 아무 때나 한 번씩 열어보아도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장면이자 얼굴들. 이렇게 좋은 동생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참 복받은 일이다.
맨 왼쪽의 진부장은 나와 같은 보수기술자. 이 친구 옆에 있으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운다. 내역산출이니 설계변경이니 하는 서류업무에서도 그렇고 현장을 치고 나가는 일에서도 그렇지만, 어쩌면 정말 내가 배우는 건 그런 게 아닌 더 많은 것에 있어. 이 친구 옆에서 나는 늘 고맙다, 고맙다 하고, 또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기만. 서툴고 미숙한 내 몫까지 기꺼이 나누어 해주고, 아낌없이 가르쳐주는 나의 사수.
그리고 건너편 가운데 자리의 장차장은 조경기술자. 사무실에서도 진부장은 내 옆자리이며 장차장은 얼굴을 마주하는 건너편 자리. 시도때도 없이 하트를 날려주는 이 친구 또한 업무를 보는 데에서는 나에게 사수가 되어준다. 둘 다 일찍 일을 시작하여 이 쪽 짠밥으로는 내가 따를 수 없어. 척척 일을 해내면서도 허투루 하는 것이 없다. 게다가 내가 바짝 긴장하고 있을 때면 슬쩍슬쩍 손가락을 모아 하트를 던져줘 숨을 돌리게 해주는.
그리고 오른쪽은 그 중 오래된 동생. 문화재공부를 시작하던 이천십년에 만난 아이. 매번 시험의 합격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다 올봄에도 아쉽게 미끄러지고는, 목수 일을 하러 떠난다며, 떠나기 전 바람을 쏘이러 제주에 내려왔다가 연락을 해왔더랬다. 앞으로는 문화재수리법이 바뀌면서 건축 및 문화재 전공자가 아니면 시험 원서를 접수할 수도 없어. 미대를 나와 목수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이 녀석도 자격제한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제주에 내려온 길이었는데, 마침 회사에서는 여러 현장들을 서포트해줄 수 있을만한 반장급 직원이 필요하던 상황. 목수 생활 경험에, 문화재 공부에 대한 깊이가 남다르다 하니 나보다도 오히려 진부장, 장차장이 적극 권하였고, 회사에서 흔쾌히 받아주어 재호도 우리 식구가 되었다. 전공자가 아니라면 그 분야에서 일 년 이상 경력을 증명해야 시험을 볼 수 있는데, 날품팔이와 다를 바 없는 목수 일로는 그 경력을 확인받을 수가 없어. 정식 등록한 업체에서 근무 기록이 있어야 하는 조건이니, 재호로서는 아주 잘 된 일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주니, 그 길로 재호는 바로 올라가 짐을 싸가지고 배에 싣고 내려왔다.
서른넷의 이 동갑내기들은 이내 찰떡으로 어울려 지내고 있다. 나도 덕분에 얼마나 웃고 지내는지. 아마 내가 회사에서 웃는 일이 다 이 아이들 덕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나이로는 한참 형이라지만 내가 이 아우들을 챙기는 게 아니라, 이 동갑내기들이 청룡에 백호, 현무, 주작처럼 삐리리한 나를 챙겨주며 지낸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