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냉이로그 2014. 6. 3. 04:47



 
 비가 쏟아지던 일요일, 그날 하루는 작업이 없었다. 그나마 제주시 쪽에는 비가 그리 세게 내리지 않았지만, 소길 마을 산간을 지나는 평화로, 그 길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보름 전 쯤, 사잇골 노미 샘에게 연락이 있었고, 제주에 있으면서 강정에 들를 수 있으면 후원금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더랬다. 그러고는 통장으로 꽤나 큰 돈을 부쳐주었어. 그걸 받아놓고도 한 주일 내내 잠깐의 짬도 낼 수가 없어, 묵직한 지갑으로 주머니만 무겁게 지니고 다니다가, 비가 와서 틈이 난 일요일, 그날 강정으로 내려갔다. 그냥 찾아갈 수가 없어 신부님께 편지 한 통이라도 쓰고 가자니, 이미 해군기지 공사장 앞 미사시간은 지나버렸어. 그래도 마을에 가면 누구라도 만날 수야 있겠지 싶어, 지난 번 하룻밤을 묵고 오던 미량 님 게스트하우스 앞에 차를 대었다. 그러고는 마을을 한 바퀴. 장대를 꽂듯이 죽죽 쏟아지는 비에 공사장도, 마을도 다 젖어있었고, 강정천은 물을 잔뜩 품어 굽이치며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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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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