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짝

냉이로그 2014. 6. 1. 18:53



 
 낮은산 아저씨가 다녀갔다.  저 앞에 존자암지 국성재에서 얼굴을 파묻고 쭈그려 있던 그 저녁. 말 안해도 다 안다면서, 내 눈엔 니가 다 보인다면서, 아무 일 없이 그냥 다녀갔다. 달래가 그런다. 정말 친구 맞구나. 으응, 친구 맞아. 나보다 열 살이 많아 한참 터울이 지지만, 싸가지가 없는 나는 언젠가부터 술자리에서 말을 놓길 시작했고, 또 언젠가부터는 술이 들어가건 말건 늘 그래오고 있었어. 




 아무 말도 한 것이 없는데, 정말 다 알기라도 하듯이 그렇게 훌쩍,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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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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