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냉이로그 2013. 9. 17. 22:06





 태백 장성동엘 다녀왔다. 한옥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와 형님이 일을 하고 있는 현장. 오랜만에 얼굴들을 보고, 숙소에서 술을 먹고, 함께 자고, 현장 일에 시다바리를 해주며 일하는 모습을 보고, 그 파란 하늘과 그 파란 하늘로 피어오르고 떨어지는 나무밥을 맞는 일은 행복하였다. 현장 분위기가 그렇게나 즐겁고 편안하기는, 일하는 이들로써는 정말 복된 일이다. 건축주 내외가 일꾼들을 고마워하고, 일을 맡은 업자는 기능자들을 존중하며, 기능자들끼리는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챙워주는 그런 곳. 잠깐 가 있는 동안에도 충분히 즐거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현장이 즐거웠던 건, 목수 일을 함께 시작한 친구와 형님이 일을 하는 곳이기에.








 미로면 활기리, 한옥 목수 일을 배우는 전통직업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일곱 해. 그 사이 친구들과 형님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질 것 없는 대목들이 되어 있었다. 현장 아닌 그냥 술자리로, 며칠씩 모여 술을 마시고 할 때면, 다들 하나같이 어느 별에서 찾아든 요상한 짐승들인가 싶곤 한데, 이렇게 현장에서 못주머니를 차고 나무 앞에 설 때면 목수의 존엄이 느껴져. 뭐니뭐니 해도 목수는 연장을 들고 나무를 타고 다닐 때가 가장 멋지고 아름답다. 그런데 이 거칠고 수줍은 남정네들은 그런 표현을 너무도 어색해하고 서툴어하는 거라. 내가 감탄처럼 우와, 멋있다, 아름답다! 한 마디씩 할 때마다 이노무 인간들은 그런 말을 못견뎌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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