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냉이로그 2013. 9. 6. 21:59




 추석이야 아직 열흘은 더 남았고, 오늘은 아침부터 종일 가을비가 추적거렸다.





 이렇게 하늘이 젖어있는 날이면 모운동 골짜기에는 구름이 찾아들지. 어떤 것들은 산허리를 허리띠처럼 감아돌고, 어떤 것들은 골짜기를 따라 밥짓는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결국 그것들은 모이고 만나 구름으로 강을 짓고, 산을 이룬다. 




 
 그렇게 하늘이 젖어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발 아래로 구름 치마를 두른 산 위에서 하루종일 끌을 갈았다. 광업소 산방 처마 밑에 숨어 연장통 안에서 자고 있던 애들을 깨워. 점심으로 도시락을 까는데, 아무리 비누로 박박 씻어도 손끝에서 쇳내가 가시지를 않아. 하도 오랜만이라 쪼그린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아팠지만, 쇳가루들을 흘리며 연장 끝에 서늘하도록 날이 서는 걸 보는 일은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맨 마지막에 한 치 둥근 끌을 가느라 너무 힘을 주어서 아직도 어깨가 뻐근. 종일토록 가랑비가 추적추적, 저 구름 밭 위에서.  


 

'냉이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수  (2) 2013.09.17
무반주  (10) 2013.09.09
꽃차  (10) 2013.09.05
다섯  (0) 2013.08.30
무주  (4) 2013.08.29
Posted by 냉이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