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

냉이로그 2013. 9. 23. 23:41




 감기가 왔는가, 일찌감치 이부자리에 들어도 쉬이 잠이 들지 않았다. 두꺼운 이불을 덮으면 살갖으로 끈끈하게 땀이 차는 것 같아 싫고, 이불을 걷어차면 금세 한기가 드는 것 같아. 내내 뒤척이다가, 아무래도 해야지 하던 걸 못해놓고 있어 잠도 오질 않는가 싶어 책상 앞으로 나와 앉아. 창문을 꼭꼭 닫고 있어도 풀벌레 소리가 방 안으로 들고, 밤낮없이 울어제끼는 저 아랫집 꼭꼬는 이 밤에도 쉰 목청으로 꼭꼬댁이다. 이렇게 저마다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나도 아이들에게 미뤄두던 편지를 썼다. 다 쓴 종이를 봉투에 접어 담으며 맨 마지막에 우표 한 장을 붙이는 일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게다가 요번엔 지난여름 우표취미주간에 나온 이 예쁜 우표를 붙이니 더욱 기분이 좋아. 우체국에 가면 편지 한 통을 부치려 해도, 우표값을 표시한 스티커만 찍 붙여주는 게 불만이라 서랍에 우표를 떨어뜨리지 않게 하고 있는데, 이번 우표는 예쁘게 나와서 자꾸만 어딘가에라도 이 우표를 붙여 보내고 싶어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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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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