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냉이로그 2013. 8. 13. 18:30



 국토해양부에서 주관, 명지대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옥설계전문인력양성> 교육에서 설계 수업 시간에 가져갈 첫 과제. 물론 도면이야 수도 없이 그리고 했지만, 설계라는 건 아주 처음이다. 게다가 제대로 축척을 두고, 약속된 선들로 그것을 표현하는 일은, 말하자면 또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아. 학부에서 건축의 기초 따위를 배운 바 없는 나로서는, 굳이 그럴 것 없는 까막눈 컴플렉스를 느끼게 하곤 했다. 그래서 구태어 그 교육에 지원했고, 이제 한 달 남짓 지나고 있다. 그러나 실은 이삼주차가 지나면서부터 살짝 김이 빠지고 있기는 했다. 내가 기대하던 것과 많이도 다른. 그래서 토요일마다 용인에 올라가면서 달래에게, 이번 주만 가 보고 그만 둘 거야, 를 입버릇처럼 얘기하곤 있었지만, 글쎄다. 성격 상 그럴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최고 더위를 갱신하고 있는 이 여름 날, 이렇게 꾸역꾸역 과제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첫 숙제는 기름 종이를 위에 덮고 그대로 선을 따라 그리기. 나는 아직 한 번도 도면을 칠 때 펜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선에 대한 약속들엔 어떤 게 있는지조차 들어본 일이 없어. 그냥 어렸을 때 기름 종이를 대고 소년중앙 만화책 그림을 베껴 그리듯, 땀 뻘뻘 흘리며 베껴 그렸다. 그런데 얘는 글씨 쓸 때만 꾹꾹 눌러 쓰는 게 아니라 선을 그릴 때도 이렇게 꾹꾹 눌러 그리는구나. 다 그리고 났더니 종이가 아주 우글쭈글해져버렸잖아. ㅜㅜ 도대체 얘는 이담에 커서 모가 될려구 이러구 있는 건지, 원.  

 



'냉이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드스탁  (2) 2013.08.19
가족  (7) 2013.08.16
식구  (4) 2013.08.12
토끼  (2) 2013.08.09
도시락  (6) 2013.07.30
Posted by 냉이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