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냉이로그 2013. 7. 30. 07:50




 사진기에 있는 걸 컴퓨터로 옮기다 보니까 요런 것도 하나가 있네. 금요일에 찍은 도시락. 지난 번 제주 지슬 한 상자를 시켰을 때, 반도 먹기 전에 달래가 어디에서 영월 감자 십 키로를 받아오더니, 그 며칠 뒤에는 내가 홍천으로 목수 친구들 모임에 다녀오다가 그 밭에서 캔 감자를 그만큼 또 받아왔다. 그래서 감자가 세 박스나 그득그득. 그 뒤로 날마다 감자와 고구마를 삶아. (오오오, 내 몸을 이루는 건 팔할이 감자;;) 그러곤 모운동 광업소 산방으로 올라가면서 도시락을 싼다. 반찬이라야 만날 이런 거. 배추 김치 몇 쪼가리에 열무 김치, 오이 무침, 고사리(요 고사리는 달래네 반 아이가 집에서 뜯은 거라며 한 보따리 갖다준 거 ㅎ), 그리고 달래가 친구네 갔다가 댓 개 받아온 컵라면(몰 자꾸만 이렇게 받아오지? ㅋ) 까지. 



 겨우 요런 도시락이지만, 도시락이라는 건 참 신기한 것이, 아무리 찬밥 덩이에 김치 몇 쪼가리라 해도 꿀맛이라는 거. (저기 클로렐라라고 써있는 컵라면은 쫌 별로였음. 라면이란 자고로 뻘건 국물에 얼큰이가 되어야 맛이지, 저렇게 밍밍한 국물이라니. 이건 라면도 아니고, 우동도 아니여 ㅜㅜ) 아무튼 어느 새 달 반 째 저렇게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고 있다. 아, 저 사진에 빠진 게 있고나. 아침에 삶아먹고 남은 감자랑 고구마 몇 개. 고거는 점심 먹기 전, 보통 열한 시도 되지 않아 다 집어먹곤 하니 빈그릇만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고마운 건 도시락은 맛있고, 광업소 산방은 시원해.
 

 이제 조금 있다가 경주로 내려갈 참인데, 요즘도 가끔 불국사 일하는 동생에게 연락이 오면 푹푹 쪄서 죽겠다고 그러는데, 그 찜더위가 있는 곳을 쫓아내려가는 거라니. 하하하, 그래도 신난다. 이제는 기단 적심이 훤히 드러났을 미스 석가도 만나고, 날마다 녀석이 삼보 기도를 해주었다는 비로전에도 인사를 하고, 형님들에게 밀린 곶감장사 삼춘 이야기도 듣고 그러다 보면 얼마나 즐거울까. 그리고 나를 패치라 불러주는 고 울보 녀석 칭얼거리는 소리도 들어줄 생각에, 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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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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