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냉이로그 2013. 8. 12. 01:50



 식구들이 내려왔다. 형과 형수님, 그리고 이제는 삼촌이라 부르질 않고 작은 아빠라 부르는 조카 두 녀석. 동강을 끼고 몇 해를 살고 있었지만, 레프팅이라는 건 영 남의 일로만 여겼더랬다. 대학 시절 레프팅 강사 알바를 했다는 목수 친구가, 언제 한 번 다 같이 타러 가자 할 때도 영 시큰둥하기만. 생태나 환경의 문제를 접고서라도, 스키니 골프니 하는 이른바 레저 스포츠라는 거가 나에게는 비위에 잘 맞지가 않아 그랬던 것인데, 이번에 식구들이 내려오는 걸 맞으면서는 레프팅이라는 걸 예약해두고 있었다. 굳이 말을 하자면, 방학을 맞았다고 작은 아빠네 집을 찾는 조카 아이들에게 즐거운 한 때를 마련해주고 싶었어. 


 

 그러나 정작 가장 들뜨고 신이 난 거는 아이들이 아니라 작은 아빠였다. 모자에 조끼를 챙겨 입고, 고무 배에 올라타 노젓기를 시작한 때부터 가슴이 두근. 강사의 구령을 꽥꽥 따라하며, 고무배가 앞으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벌써 흥분. 강사들이 일부러 배를 뒤집을 거라는 말에 살짝 겁을 내기도 했지만, 강사가 떼밀기도 전에 먼저 물속으로 풍덩, 입수를 해 텀벙거렸고, 식구들 다같이 일부러 배를 흔들고 뒤집으며 배 밖으로 몸을 내던지곤 했다. 곁으로 노저어가는 배가 있으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바탕 물싸움! 저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수달의 서식처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수달레저라 이름붙인 고무배 위에서 마냥 신나하는 모습이 참 염치없어 마음 무겁게 남지만, 고백컨데 저렇게 식구들과 한 배에 올라, 노를 젓고, 급류를 타고, 물에 빠져들며 함께 한 세 시간 남짓은 마냥 즐겁고, 신이 나고, 행복하기만 했더랬다. (기회가 있다면 어떤 변명을 두고서라도 또 타고 싶을만큼!) 

 2013년 8월 11일, 동강 어라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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