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보게 된 거는 달 반 전 쯤이었나 보다. 어딜 가나 첩첩의 산중이니 그저 흔한 첩첩의 산이 이어지고 있을 거라고만 여기던 곳이었는데, 과이연 차를 타고서도 산등성을 몇 바퀴는 돌아서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었다. 그 비탈 너머로 마을이 있을 거라고는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 그런 곳에 거짓말처럼 마을이 펼쳐져 있어. 그 가파른 산이 해발 천백이고, 마을이 앉아 있는 자리는 그 칠부능선 쯤이 된다 하니 해발 칠백은 거뜬히 위로 올라가야 했다.
구름이 모이는 마을이라 하여 '모운동'이라는 그 마을은 죽어가던 폐광 마을이었다. 한 때는 그 산중턱에 이발소가 둘에 다방이 넷, 당구장에 극장까지 없는 것 없이 번창한 탄광마을이었지만, 더는 탄을 캐지 않게 되면서 다들 떠나간지 오래. 그래, 언젠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본 일이 있다. 그러던 곳에 마을을 다시 살리겠다며 탄가루 배인 담벼락들에 그림을 그리고, 마을을 가꾸기 시작하여, 언젠가부터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손꼽히는 아름다운 마을로 탈바꿈이 되었다는 걸. 아, 그 때 어느 방송에서 본 데가 바로 여기였다니.
그동안엔 매번 사진기를 가지고 가질 않아 후회하기만 하다가 어제는 잊지 않고 챙겨갔더랬다. 이번에는 이장님이 직접 트럭에 태워 마을 건너편 비탈까지 크게 한 바퀴를 돌며 안내를 시켜주셨어. 이날 이장님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저기 보이는 저기가 망경대산 자락에 모여 앉은 모운동 마을.
마침 달래가 다니는 학교가 그 산자락 아래에 있어 - 아, 달래네 학교는 요 얼마 전부터 텔레비전 광고 배경이 되고 있다대. 거 머야, 배우 성동일과 준이라는 그이의 아들꼬마녀석이 이런 산골짝 오지에서도 전화기가 터진다며 선전한다는, 그 엘티이 통신망 광고의 그 학교. - 암튼, 그 모운동 산골짝에는 작년에도 달래네 반 아이가 하나 있고, 올해도 반 아이가 하나 있어, 달래를 앞세워 마을 구경을 한 터였다. 그래서 그 첫날은 그 녀석들이, 우리가 마을 구경 시켜줄게요, 하고 앞장서고 나서주어서 그 산꼬라데이길을 따라 마치 딴 세상 같은 숲길로 한참이나 들어갔더랬다.
실제로 가서 본 마을은,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보다, 듣기만 하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워. 한 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정말 그림같은 곳. 해떨어지고 어두우면 완전 고립이 되고마는, 그 첩첩의 산중인데도 마을이 앉은 자리만큼은 해가 얼마나 잘 드는지, 일단 마을에 들고 나면 해발 700고지의 산비탈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그냥 어느 나지막한 곳의 양지바른 마을과 다르지 않은, 따스하고 평온한 느낌.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곳에 들어가 '모운동' 하고 치기만 하면 다녀간 사람들이 써놓은 글이나 사진을 줄줄이 볼 수 있어. 그 중에서 사진들을 큼직큼직하게 올려놓은 게시물 몇 개만 링크. 첩첩의 산중에 있는 동화마을, 모운동.
[사진과 여행] - 4월의 크리스마스, 구름이 모이는 동네
[세상 둘러보기] - 폐광촌에서 동화마을로 변신한 영월 모운동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