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참 지붕 위로 흙과 기와를 올려. 회사에 있는 포크레인 두 대가 쉴 새 없이 바빴다. 공투 한 대는 공사 현장에서 진흙과 마사를 비벼 크레인 망태기에 퍼다주고, 미니 한 대는 자재 창고에서 마사와 진흙을 퍼다 트럭에 실어주느라 바빠. 그러다 어제 오후엔 어느 정도 실어나를 것 다 실어낸 미니가 쉬었다. 그래서 김과장에게 부탁해 포크레인 조종법을 가르쳐달라 해.
생각같아서는 내 팔뚝 관절 움직이듯이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바가지 관절에 짧은 붐대, 긴 붐대를 내 팔뚝처럼 한 동작으로 다 같이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 그래도 땡볕 아래에서 열심히 레버를 조작해 조종법을 배워. 이거 하다 보니 재미있단 말이지. 잘못하면 뒤집어질 위험이 있기도 하고, 워낙 마력이 높고 덩어리가 크게 나가는 장비여서 자칫 반경 내에 있는 것들을 다치게 할 수가 있어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로보트태권브이를 움직이는 철이처럼, 이 쇳덩이를 움직여 흙을 펐다. 아직은 이쪽에 모아놓은 것을 퍼다 저쪽으로 옮기는 것 정도.
직장의 신이 끝났다. 이젠 미쓰김을 볼 수 없어. 고과장님의 코맹맹이 소리를 들을 수 없다니, 생전 처음 남자 배역을 좋아해본 무정한 팀장도, 볼빨간 촌년 정주리도, 깝을 떨지 않아 좋았던 계경우도, 한 번씩 덜떨어진 모습을 보여 좋았던 빠마씨도.
이 회사에 보수기술자로 들어와 인력 경비를 아끼려는 오너의 철학에 따라 온갖 잡부 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기와를 닦는 일부터 해서 미장이 있으면 사모래를 개어다 미장밥을 대주는 일들, 보수할 것이 있어 해체철거에 들어가면 망태기를 들고 다니며 폐자재를 들고 나르는 일, 오톤 트럭을 타고 마사를 실어나르고, 쁘레카를 두드려 돌을 깨는 일까지. 몸을 써서 하는 그 일들이 힘이 들어 하기 싫다거나 그런 마음은 없다. 그러나,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일의 체계와 순서, 일을 진행하는 방식에서 이게 아닌데, 싶은 것들이 너무도 힘을 들게 해.
아, 나도 미쓰김 언니처럼 "이건 제 업무가 아닙니다만!" 을 제때 외칠 수 있었다면, 미쓰김 언니가 그랬듯이 "시간외 수당을 청구하겠습니다만!" 을 멋지게 날릴 수 있었다면, 하는 상상으로 비시시 웃곤 했다. 하하하, 그러다 포크레인에까지 앉으니, 내가 마치 미쓰김 언니가 된 것 같아. 그래서 점심 밥을 먹고 이렇게 컨테이너에 앉아 노닥거리고 있다. "지금은, 점심시간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