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도 못되어 일을 마쳤다. 어쩔까, 윤소장님하고 한 잔을 하러갈까 하는 생각에 침이 잠깐 돌았으나, 이런 날 하루라도 더 집에 들어가자 하고 침을 꿀꺽 삼켜 집으로 차를 몰았다. 부석사 앞에서 남대리로 꺾어 그 산굽이 몇 개를 넘으면 김삿갓 계곡, 다시 그 산굽이를 몇 개 더 넘으면 달래가 다니는 학교. 짠, 하고 가서 놀래켜 줘야지 했는데, 다른 선생님 한 분 말씀하기를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을 하는 것 같더라고.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넣었더니, 어떻게 벌써 왔냐고는 묻지도 않은 채 다짜고짜 고씨굴 앞 박물관으로 오라는 거라. 무지하게 반가운 사람들이 와 있다나 모라나.
세상에나, 이게 누구래! 순녀 누나랑 병순이 누나가 거기에. 누나들은 당연히 달래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쌍피를 맞았다며 좋아했고, 나는 운이 좋아 영월로 넘어왔다가 땡을 잡은 거라며 좋아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누이들이 찾아준 선물같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