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에 들어 있던 것들 그냥 뭉테기로 모아. 기념식 시작하기 전에 잠깐씩 후다닥, 기념식 끝나고 잠깐 와르르. 행사 때는 돌아다니는 건커녕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해, 자리 잡기 전에도 좁은 통로로 계속해서 사람들이 밀려나거나 해서 잠깐 사진을 찍으려 해도 길을 막고 서는 꼴이 되니 제대로 얼굴모아 김치 표정 지으며 사진을 찍거나 하는 건 아예 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그냥 그 분위기가 아쉬워 되는대로 여기저기 찰칵찰칵. 이 사진기, 저 사진기, 누구 사진기인지도 모르고 어디선가 렌즈를 들이댄다 싶으면 나도, 나도! 외치며 어깨를 걸어 끼어들곤 했다. 그런 아수라통에 찍은 것들이라 눈감고 있는 사람이 반에, 하나같이 화면이고 초점이고 엉망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또 좋기도 하다. 그 사진 컷들 사이로 비어있는 어떤 장면과 풍경, 그리고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던 목소리와 웃음들. 기념식을 마치고, 뒷풀이가 자리를 바꾸며 이어지긴 했지만, 식구들과 저녁 밥 먹기로 약속을 하고 있어 시간을 길게 두고 얼굴들 하나하나 오래 보질 못해 아쉽긴 했지만, 그 아쉬움조차 좋을 수 있는 건, 그 아쉬움이 긴 그리움으로 이어질 거라는 걸 모르지 않기에.
요 위에 있는 사진들, 하나하나 넘어가다 보면 이름들이 꽉 차에 들어있는 동판 하나가 있어. 숭례문 복구 공사에 참여한 작업자들 이름을 하나하나 새겨 관리동 벽에 박아넣은 건데, 하하하 눈 밝은 사람 있으면 거기에서 찾아보시라. 아님, 나중에 숭례문에 놀러갔다가 찾아보시든지 ^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