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

냉이로그 2013. 4. 20. 08:59


 영월에는 지금 눈, 눈이 오고 있어!


 사월하고도 스무 날, 제법 포시랍게 눈이 내린다. 지나는 겨울의 마지막 눈이겠나 싶어 잠바떼기 하나 꿰어입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벚꽃이 저렇게 피어있는데, 목련이 저렇게 꽃을 피우고 있는데, 그 위로 제법 탐스런 눈송이들이 가만가만 내려앉는다. 눈보라 속에서 핀다는 매화라면 설중매라 하겠지만, 그럼 얘들은 설중벚이거나 설중련이라 해야 하는 걸까. 연두에 꽃빛 가득한 땅 위의 세상은 이미 봄이건만, 저 구름 위 하늘은 아직 겨울인가 보다. 떨어지는 눈송이들은 아직 못다한 얘기가 많은 것인지, 땅에 닿기를 못내 아쉬워하듯 안단테의 속도로 떨어진다. 서정주 식의 괜찮다 괜찮다, 는 아니다. 지난겨울을 건너오면서 못다한 말들, 미처 다하지 못한 그 사연들, 그것들을 끝내 놓지 못해 그런 것인지, 혹은 어차피 다하지 못할 것들 이쯤에서 애써 삼키고 지우려는 것인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저 수많은 말줄임표들. 



 


 폴의 조윤석이 짓고, 박지윤이 부른 <봄눈>에서는 벚꽃 잎이 흩날리는 것을 보며, 봄눈이 내리는 거라 노래하지만, 지금 내리는 저 봄눈은 마치 꽃잎이 흩날리는 것도 같아. 엊그제 벚나무 위로 바람이 쓸고 지날 때 떨어지던 희끗분홍의 이파리처럼, 꼭 그만한 크기로 송이송이눈송이가 떠다닌다.    

 달래는 토요일 근무 차례라고 일찍 학교엘 갔고, 사월 한 가운데에 이렇게 눈이 내리는 아침, 그런데 결정적으로 냉장고에 술이 없다. ㅜㅜ







'냉이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살문  (2) 2013.04.27
상추쌈  (2) 2013.04.23
한 바퀴  (10) 2013.04.15
편지  (2) 2013.04.11
주말  (2) 2013.04.07
Posted by 냉이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