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이었지. 학교에 다녀왔다. 나무 쌓아 놓은 것들이 가득 보이고, 발딛는 곳 어디나 끌밥 나무 부스러기였다. 하필이면 바람이 휘날려서 더 그랬을까, 아주 황량했고 나는 그 앞에서 주눅이 들었다. 작업장을 보았고, 합숙소, 식당 들을 둘러보았다. 내가 지낼 곳, 어찌했건 반 년은 내가 먹고, 자고, 일할 곳이다. 아직 남아서 더 일을 배우는 지난 기수 분들과 밥을 먹었다.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 하나 없었지만 저마다 모두들 다부진 몸에 눈빛마저 단단해 보였다. 나처럼 비실비실 물렁한사람은 하나도 없어. 고기를 굽고 술 몇 잔이 돌아가면서 드문드문 그 분들 말씀이 들렸다. 처음 일주일은 무조건 대팻날만 가는 거야. 그런데 그 날을 간다는 게 숫돌에 물로 가는 걸로 아는데 그게 아니야, 날은 피로 가는 거야. 숫돌에 대고 날을 갈다 보면 저도 모르게 손끝을 같이 갈고 있거든. 그 핏물에 날을 갈지……. 누구 할 것 없이 다들 그러했다 한다. 그런 것이겠지, 넘어지는 것 두려워해서는 자전거 타기를 배울 수 없는 것처럼 요령을 부려 피해가려 해서는 절대로 익힐 수 없는 것. 옆 자리 나보다 네 살 많은 형이 그래. 처음 두 달은 몸살 앓을 각오를 해야 할 거라고. 어디 바깥 노가다판에서 난다 긴다 하던 이들도 다 그렇게 힘들어할 거라고. 차라리, 이제는 겁이 나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힘들 거라 하니 그게 외려 위안이 되었다. 어쩜 내가 두려워한 것은 다들 잘 하는데 나만 힘들어 못 따라갈까 싶은 거였는지 모른다.아마 나는 쓸데없이 꼿꼿한 자존심 따위로그런 걱정을 하고 있던 거였을까? 그래, 그 겁나는 얘기들이 차라리 나았다. 끌밥 날리는 그 작업장을 보고 오길 잘했다.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 이준호 작곡, 정수년 해금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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