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만화책 세 권을 읽었다.
<<이어달리기>> 권범철, 난나, 문흥미, 손문상, 신영희, 원혜진, 장차현실, 정광숙, 정혜용 / 길찾기 / 8800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와 만화가 아홉 명이함께만든 책이다. 그 가운데 한 편인 <김차장의 직장생활 백서>는 정말 웃긴다. 아니, 웃기다고 말을 해도 될까, 남자인 내가 보아서 그렇지 실제로 그러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경험해온 여자들이 본다면 ‘웃기다’고 말할 수만은 없을지 모른다. 그것 말고도 직장맘, 싱글맘의 이야기와 출산과 양육을 이유로 많은 경우 30대에는 일을 하지 못하고 20대와 40대 이후에 일을 하게 되는(그걸 M자 형 곡선이라 하던데.) 많은 여성들의 삶,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우리 어머니와 누이, 여동생들의 이야기가 뭉클하게 보여진다. 보는 내내, 정말 그래!, 맞아, 정말 그래! 하는 소리가 입속에서 절로 나왔다. 그냥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여성의 삶이랄까, 빈곤의 여성화 문제가 실제로 여성들의 삶 속에서 어떤 과정을 지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예전에 읽은 이런저런 여성학이나 페미니즘 관련 책에서는 구체로 느끼지 못하던 것을, 이 만화책을 보며 아주 실감있게 느낄 수 있었다.
이어달리기 블로그- 여기에 들어가면 책 안의 만화 몇 대목을 맛보기로 볼 수도 있고, 만화 사이사이에 있는 여성노동문제에 대한 해설, 책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사이시옷>> 손문상, 오영진, 유승하, 이애림, 장차현실, 정훈이, 최규석, 홍윤표 / 창비 / 9500‘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해 여덟 명의 만화가가 참여해 만든 책이다. 앞서 같은 기획과 출판으로 <십시일反>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에 이어 또다시 나온 만화책이다. 극화 형식으로 되어 있는 다른 작품들 역시 묵직한 아픔을 느끼게 하거나 경쾌한 상상을 하게 해 주지만 나는 이 안에서 손문상 선생님의 한 컷 만화들이 무엇보다 좋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 그리고 아쉽게도 같은 노동자이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를 하나로 끌어안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을 이처럼 한 장의 그림들로 정확히 드러내주는 것은 다른 여느 그림에서도 보지 못했다. 그것은 자본에서 부추기려는 노-노 갈등으로서가 아니라 언제나 내가 내 권리를 말한다는 것은 나와 처지가 같은 모든 이들의 권리, 혹은 나보다 더 힘겨운 이들의 권리를 함께 말하는 속에서만 진정 나를 위한 것, 끝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개를 기르다>> 다니구치 지로 지음 / 박숙경 옮김 / 청년사 / 7500
이 책에 대해서는 앞서 김제곤 선생님이 읽고 소개한 글을 보고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글과그림 선집으로 김제곤 선생님 글을 다시 읽으면서 꼭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주문해 보게 되었다. 숙경이가 번역한 책.
표제작인 <개를 기르다> 줄거리는 대충 알고 있었지만 그림과 함께 한 장 한 장 넘겨가는 동안, 나는 다름아닌 우리 집 기미를 떠올리고 있었다. 열 네 살이 된 늙은 개 기미, 이 책에 나오는 개처럼 우리 기미도 오줌을 가리지 못해 자다가 이불 위에 그대로 지려 놓기도 했고, 힘이 없어 잘 걷지를 못한다. 바깥에 나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던 녀석이 지금은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어 문이 열려 있어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앞니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귀가 먼지는 벌써 두 해나 되어서 아무리 큰 소리로 불러도 듣지를 못한다. 녀석과 함께 한 십사 년의 시간 동안 있어온 일들을 떠올리면……. 오랜 시간을 함께 산다는 것,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 끝내 죽어간다는 것. 만화는 그것의 마지막 과정을 그저 숨죽여 함께 지켜보도록 이끌어준다.
개를 기르다 블로그- 독자들이 쓴 글이나 이런 저런 관련글들을 볼 수 있다.
똥싸는 소리 /삼거리 극장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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