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끼통에서 이라크 전쟁과 한국군 파병 관련 기사(2007. 1. 14~ 2007. 2. 5) 들을 읽었다.
1. 그곳은 지옥
놀랄 뿐이다. 과연 후쎄인에 대한 사형집행과 미군의 증파계획이 있은 뒤로 이라크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대학 교문 앞 부비트랩이 터졌고, DVD 자동판매기 위에 놓인 가방 폭탄이 폭발했다. 그리고 시장으로 들어가는 1톤짜리 식료품 트럭이 불을 뿜어 최소 137명이 죽고 300명이 다쳤다. 한 여자중학교에는 박격포 두 발이 떨어졌고, 곳곳의 초등/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리지 않는 총질이 이어졌다. 테러범을 잡는다는 이름으로 성지를 순례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여 한 순간에 263명을 죽였다. 하루 백 명 넘게 목숨을 잃는다는 말은 조금도 보탬이 없는 얘기였다.그런 것이었다.
» 3일 오후(현지시각) 자살폭탄 테러로 적어도 137명이 숨지고 300명이 다친 바그다드 중심부 시아파 밀집지의 사드리야 시장에서 주민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테러범은 주민들이 저녁거리를 사려고 몰려든 시장 안에서 트럭에 실린 1t 분량의 폭탄을 터뜨렸다. 바그다드/AP 연합
그 가운데에는 내게 특별한 기억이 있는 그곳도 있었다. 알 무스탄시리아 대학, 네벌라쓰를 만난 곳. 처음에는 이라크 정부가 짜 놓은 일정으로 어쩔 수 없이 찾았지만 그 다음은 네벌라쓰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또 그 다음도 네벌라쓰를 다시 만나기 위해. 그 때 아이는 일곱 살이나 여덟 살쯤 되었을까? 아주 밝고 예쁜 여자아이. 그곳 대학 앞에서 60명이 죽고, 110명이 다쳤다는 기사를 보았다. 혹시 네벌라쓰도 그 자리에 있었을까? 네벌라쓰, 네벌라쓰……. 그 뒤부터 신문 기사를 읽는 것이 겁이 났다. 이틀이 멀다 하고 도심 차량폭탄 테러니 연쇄폭탄 테러니 하면서 60명 사망, 혹은 70명 사망이라는 숫자만 쓰인 제목의 기사들이 이어졌다. 너무너무 겁이 나고 무서워.
폭탄 테러만이 아니다. 지난 달 28일 ‘자르카 마을 전투’라 했던가? 31일 기사를 보면 그것은 “시아파 명절 아슈라를 맞아 순례 행진을 벌이는 시아파 지도자들을 암살하려던 저항세력”들을 사살한 거라 이라크 군경의 발표를 전했다. 하지만 바로 사흘 뒤 2월 2일 기사에서는 너무나도 엄청난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라크 정부는 그 며칠 사이에도 자신들이 죽인 이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거듭 모순된 이야기를 내놓으며 혼란스러워하면서 ‘천국의 전사들’이라는 무장단체를 섬멸했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이라크 전쟁이 일어난 뒤 단일 전투로는 가장 큰 싸움을 벌여 263명을 사살했다며 말이다. 그런데 아니, 그 때 생존자들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은 아슈라를 맞아 성지를 순례하러 가던 길일 뿐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까지 있을 수가 있을까? 개전 이후 가장 큰 단일 전투라는 것이 결국은 아이와 여자를 포함한 평범한 민간인들을 무차별로 잡아 죽인 일이었다니…….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은 상상을 넘고 있다. 나와 같은 열에 서지 않으면 무조건 죽이는, 그 엄청난 살육을 장엄한 전투로 둔갑시키는 무시무시한 내전.
가방이 폭발하고, 자동판매기를 스칠 때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서 있는 자동차에는 함부로 가까이 가서는 안 되고, 달려가는 자동차 창문 바깥으로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른다. 복수와 앙갚음 밖에 남지 않은 그곳에서는 학교라 해도 안전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누군가는 학교를 마치고 하교 시간 아이들이 가장 많이 나올 때를 기다린다. 시험을 보고 나서도 쉬는 시간에는 운동장에 나가면 안 된다. 바로 그 때 포탄이 떨어졌고, 여교사는 강간을 당해 학교 건물에 매달렸다. 이 모두가 내가 지난 보름 남짓의 이라크 관련 기사들에서 본 끔찍한 소식들이었다. 그곳은 지옥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난 보름 남짓 동안 미군들의 헬기는 계속해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블랙호크기가 떨어졌고, 아파치가 추락했다. 사설 경비업체의 헬기가 격추되었다. 그동안 미군은 그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지만 더는 숨기지 못한다. 이라크인들의 분노는 본격적으로 미군의 헬기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이라크를 더한 내전으로 몰아넣고 있는 책임, 지난 4년의 점령에도 모자라 2만 병력을 증파하겠다는 계획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미군은 도로에 매설된 기습 폭탄 공격을 피해 육상 운송 대신 물자와 인력 수송을 헬기에 기대고 있었고, 군수와 지상군 지원 공격으로 헬기가 큰 몫을 다해오고 있는 터였다. 그들의 점령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헬기는 계속해서 미사일에 날개를 꺾일 것이고, 또한 그들은 ‘무장단체를 섬멸’하는 ‘OOO 전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이들을 죽이려 들겠지. 무섭고 끔찍한 일이다.
알 사드르의 메흐디군과 알 말라키 총리의 관계가 이상하다 싶더니 마침내 갈라서는 모양이다. 이로써 시아파 저항세력에 대한 정부군의 공격은 거세질 것이고, 그 대결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 참혹한 일들이 아직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알 사드르는 얼마 전 “그들더러 우리를 죽이게 하라”며, 코란은 무하람(태양력 1월20일~2월18일에 해당하는 이슬람력 1월)에는 살인을 금한다고 말했다 한다. 그리고 이어 “무하람이 끝날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하니 얼마나 무서운 일들이 이어질지 겁이 날 뿐이다.
2. 그의 ‘마이웨이’
부시의 이라크 정책에 현역 미군들도 철군을 요구하고 나섰다. 천명이 넘는 현역 군인들의 서명을 받은 미군 20여명이 지지하는 시민들과 함께 철군 시위를 벌이며 의회에 청원을 준비하고 있다. 30개월 동안 이라크 주둔 미군의 지휘한 조지 케이시조차 현재의 이라크 정책이 성공할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을 보였다.
의회에서는 이미 민주당을 중심으로 부시의 이라크 추가 파병안에 반대하는 흐름을 내고 있었지만 이제는 공화당 의원들까지 함께 가세하고 있다. 그것도 공화당의 다음 대선 후보라 하는 척 헤이글 의원이 앞장을 서며 말이다. 그 꼴들이 솔직히 역겹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해서 부시의 계획을 막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 들었다. 어찌했건 지금 미국에서는 부시의 이라크 정책, 추가 파병안에 대해서만큼은 국민 여론은 물론 의회에서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달 24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는 미군을 증파하는 것을 반대하는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그리고 2월 2일 하원에 제출할 예정인 국가 비밀문서인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는 18개월 뒤 이라크는 미국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 놓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숀 펜이니 팀 로빈스, 제인 폰다, 수잔 서랜든 같은 이름난 배우들도 거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라크 전쟁을 끝내라는 미국 내 여론은 여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부시 끄떡 않는가 보다. 지난 달 23일 ‘승리’를 위한 ‘인내와 희생, 단호함’을 강조하며 ‘마이웨이’를 선언한 국정 연설이 그러했다. 마치 이 나라 대통령이 신년 연설이네 뭐네 하면서 막무가내 연설을 하던 모습이 연상되었다. 참 많이도 닮았다.
3. 쿠르드가 위험하다
쿠르드가 이라크에서 사실상 자치독립하는 모습을 띄면서 가장 그 긴장은 이라크 내 수니, 시아만 갖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보다 쿠르드를 나누어 점령하고 있는 터키와 시리아, 이란과 같은 둘레 나라들. 그 가운데에서도 터키는 이라크 북부 지역의 쿠르드족이 자치독립하는 것을 그 누구보다 경계하고 있었다. 이라크 내 쿠르드족이 자치독립하게 되면 그 기운은 자연스레 나머지 세 나라의 점령을 받고 있는 쿠르드족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연쇄적으로 자치독립을 이뤄가려 할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터키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에 침공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병력 24만명을 이라크와 이란 쿠르드족이 거주하고 있는 쪽 국경에 배치했다.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는 아르빌이고, 아르빌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름. 자이툰이 가 있는 곳이다. 조마조마하다.
이라크 전쟁 관련 기사 모음 (2007. 1. 14~ 2007. 2. 5)
[한겨레신문]이라크 미 헬기 잇단 격추…반미항전 전략 부상, 2007.02.05.
[한겨레신문]이라크군 ‘우리가 누굴 죽인거지?’, 2007.02.02.
[한겨레신문]“18개월 뒤 이라크, 통제할 수 없을 것” 미 보고서, 2007.02.02.
[경향신문]美, 이라크사태 ‘내전’ 인정…폭력 격화속 공식화, 2007.02.04.
[경향신문]이라크 학교까지 무차별 공격…종파분쟁 격화, 2007.01.30.[한겨레신문]스타들도 “이라크전 끝내라”, 2007.01.28.
[한겨레신문]바그다드 차량폭탄 공격으로 50여명 사상, 2007.01.28.
[경향신문]美상원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결의안 채택, 2007.01.25.
[한겨레신문]이라크정부-마흐디군 갈라서나, 2007.01.24.
[경향신문]日 방위상 “이라크 침공은 부시 오판”, 2007.01.24.
[경향신문]부시 ‘이라크 정책’ 의회·대국민 지지 호소, 2007.01.24.
[경향신문]이라크 폭탄테러 70여명 숨져, 2007.01.22.
[한겨레21]새 이라크 정책, 제644호, 2007.01.18.
[한겨레신문]이라크 미군 사망자 속출 ‘피의 토요일’, 2007.01.21.
[한겨레신문]이라크 저항세력 운영 알-자우라TV 인기폭발, 2007.01.18.
[경향신문]공화당도 이라크 추가 파병 반대…부시 ‘궁지’, 2007.01.18.
[경향신문]“이라크 전비 이틀치=전세계 아동 백신비”, 2007.01.18.
[경향신문]‘이라크 파병’ 日자위대원 자살 증가, 2007.01.18.
[경향신문]바그다드 연쇄폭탄테러 60명 사망, 2007.01.17.
[한겨레신문]유엔 “지난해 이라크 민간인 3만4천여명 사망”, 2007.01.17.
[한겨레신문]현역 미군들 ‘이라크 철군’ 요구, 2007.01.16.
[경향신문]러 前총리 “후세인 입 막으려 서둘러 처형”, 2007.01.15.
[한겨레신문]후세인과 함께 묻힌 비밀들, 2007.01.14.
한국군 파병 관련 기사 모음(2007. 1. 18~ 2007. 1. 28)
[한겨레신문]‘쿠르드 전쟁’ 일촉즉발 위기, 2007.01.28.
[한겨레21]지금 헌법부터 제대로 지켜라, 제644호, 2007.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