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

냉이로그 2011. 8. 10. 23:15

선배가 일하는 자활센터에서 그곳 식구 분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좌를 준비한다고 하였다. 그러니 그 강좌를 진행해주실 선생님 한 분을 소개해주었으면 한다는. 그리하여 실로 오랫만에, 그게 언제였더라, 한참 광우병 촛불이 있던 때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쳤던 거 말고는, 대여섯 해는 너끈히 지난 것만 같은, 산들바람 언니와 통화를 하였다.모르긴 몰라도 다른 강연 일정이 많으실텐데도 기분좋게 그 일을 맡아 하시겠다고 했다. 정말 잘 되었다. 중간에서사람을 소개하는 일은 언제나 뒤끝으로 약간의 걱정이 따라붙기 마련인데, 이번만큼은 그런 것 하나없이기쁘고 뿌듯하기까지 하다. 선배에게는내가 산들 언니를 소개해줄수 있었다는 게 내심 자랑스럽고, 아마도 그곳 자활인 분들과 산들 언니는글쓰기를 떠나진정 마음을 치유하는 따뜻한 만남의 시간을 가꾸어가게 될 테니.

아무튼 그거에 대한 거는 그거로 되었고,이렇게나 오랜만에목소리를 들어통화를하는 거였으니이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지난 달언니가 쓴 글 <눈물아, 힘내라!>. 아주 짧은 글, <<야쿠바와 사자>>라는 그림책을 소개하는 글. 그러나 그 글은 제목만으로도 모든 이야기를 다,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눈물아, 힘내라, 라는 그 말 앞에서 누구라도위로를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지. 적어도 나에게는, 그 말만으로도. 그 제목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마다 힘내라, 며 등을 도닥여주는 것도 같았고, 저 멀리에서 그 역시눈물 그렁그렁한 얼굴로말없는 말을 보내주는 것만 같았다.눈물아, 힘내라. 그래, 세상 모든 눈물들아, 힘을 내.

작년올해 들어 책이라곤 통,목수들이보는 전통건축 관련 책말고는,책을 주문해본다거나 하는 일이 없었는데, 그 글을읽고는 그그림책을 받아다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이기에그와같은 말을 자아내게 할 수 있었을까, 싶은.좋은 그림책이기는 했으나이미 산들 언니의 글만큼좋은것일 수는 없었다. 그 그림책이 후졌다 해서가 아니라 눈물아, 힘내라, 는 말은 그자체로이미모든, 가장 깊은, 더할 수없는 위로이며 용기,응원을 더해주는말이었으니.

그랬으니, 언니와 통화를 하면서이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그 글을 읽고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 말을 보는데, 그게 나한테 해주는 말이 아니란 거 당근 알면서도, 그래도 그 말은 꼭 내 앞에서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거든요. 아마 그건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랬을 거예요. 누구한테라도 정말 고마운 위로가 되는 말이었을 거예요. 손을 잡아주는 말, 눈길을 보내주는 말,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며 너무 멀지 않은 자리에서 끝내 곁이 되어주는 말. 그래서 정말 너무나도 고마웠어요. 요즘도문득문득 그 말을 떠올려 힘을 내고 그러거든요. 눈물로 이겨라, 라는 탁이 엉아 말이 언니를 내내 따라다녔다는 것처럼, 나한테는 언니의 이 말이 그래요.

눈물아,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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