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좀 뒀다가 읽을게요. 신부님 음성으로, 이모의 손 끝 떨림으로.
두 분 모두 고마워요.그리고,
욘석들.
연주언니! 우리도 떠나자.
우리도 떠나자.
우리도,
나도.
어쩌면 전에는 아이들을 만나게 될 때면,
아이들이랑 같이어떤 거를 나눌까, 거나
어떤 얘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따위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걸.
이미 아이들은아무 걸림없이 저만치 가고 있고,
나는 이 아이들 뒤를 따를 수만 있어도
더할 것이없을 거라는 걸 안 거는
벌써 오래 전이었다.
우리도 떠나자, 는
그곳으로 함께 가자, 는
저 맑은 목소리들 앞에서
고개를 떨구어
턱을 무릎에 고이게 되곤 했어.
또, 이번주 주말이구나.
이번에도 또 가보지 못하게 될 텐데.
주말에는이렇게 아이들의 공연이,
그리고 또 서울 복판을 지르는
희망 깔깔버스가,
나도 그 주말에 서울에 올라가 있기는 할 거다.
아마 또 그전날엔 밤을 새우고 눈이 벌겋게 되어
학원 교실에 가 앉아 있겠지.
.
.
병수 아저씨에게걸려온 전화.
몸은 어때.
이 아저씬 맨날 첫마디가 몸은 어때, 야.
암환자 주제에누가 누굴보구 몸은 어떠냬.
말하자면 아저씨는
지구를 지키는 목수인데,
내가 치르게 될 시험 얘기 어쩌구를 하다가
어유,이제 나같은 야메는 명함도 못내밀겠다, 한다.
그러군 웃는다. 이 아저씨가 진짜. ㅎㅎㅎ
망치질, 대패질에 자격증이 다 무어라고,
그깟 제도권의 인정을 받겠다고이리도기를 쓰고 있는 거인지.
빌어먹을제도권,
그런 거야 다 무시하고 넘어서고 상관없이 사는거가
진짜 사는거가 될 거인데,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그 제도권이 주는 등록번호 하나 받겠다고,
도서관에 앉아서도 책덮고 창 밖을 내다보며 멍할 때가 많았다.
그르게요, 아저씨. 나 지금머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아저씨가 들려준번데기 이야기,
그것도, 내가 여기기로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수가운데 하나인 아저씨가
그리 말을 해주니
당분간은 또당분간은 마음 가벼운 척을 할 수는 있겠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인지,
매 순간
돌아보기를
미뤄서야 되지 않겠지만,
나 스스로 확신을 갖지 못하겠거든,
니가 확신하는 그들의 말을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