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냉이로그 2011. 8. 24. 22:42

책은 좀 뒀다가 읽을게요. 신부님 음성으로, 이모의 손 끝 떨림으로.

두 분 모두 고마워요.그리고,

욘석들.

연주언니! 우리도 떠나자.

우리도 떠나자.

우리도,

나도.

어쩌면 전에는 아이들을 만나게 될 때면,

아이들이랑 같이어떤 거를 나눌까, 거나

어떤 얘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따위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걸.

이미 아이들은아무 걸림없이 저만치 가고 있고,

나는 이 아이들 뒤를 따를 수만 있어도

더할 것이없을 거라는 걸 안 거는

벌써 오래 전이었다.

우리도 떠나자, 는

그곳으로 함께 가자, 는

저 맑은 목소리들 앞에서

고개를 떨구어

턱을 무릎에 고이게 되곤 했어.

또, 이번주 주말이구나.

이번에도 또 가보지 못하게 될 텐데.

주말에는이렇게 아이들의 공연이,

그리고 또 서울 복판을 지르는

희망 깔깔버스가,

나도 그 주말에 서울에 올라가 있기는 할 거다.

아마 또 그전날엔 밤을 새우고 눈이 벌겋게 되어

학원 교실에 가 앉아 있겠지.

.

.

병수 아저씨에게걸려온 전화.

몸은 어때.

이 아저씬 맨날 첫마디가 몸은 어때, 야.

암환자 주제에누가 누굴보구 몸은 어떠냬.

말하자면 아저씨는

지구를 지키는 목수인데,

내가 치르게 될 시험 얘기 어쩌구를 하다가

어유,이제 나같은 야메는 명함도 못내밀겠다, 한다.

그러군 웃는다. 이 아저씨가 진짜. ㅎㅎㅎ

망치질, 대패질에 자격증이 다 무어라고,

그깟 제도권의 인정을 받겠다고이리도기를 쓰고 있는 거인지.

빌어먹을제도권,

그런 거야 다 무시하고 넘어서고 상관없이 사는거가

진짜 사는거가 될 거인데,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그 제도권이 주는 등록번호 하나 받겠다고,

도서관에 앉아서도 책덮고 창 밖을 내다보며 멍할 때가 많았다.

그르게요, 아저씨. 나 지금머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아저씨가 들려준번데기 이야기,

그것도, 내가 여기기로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수가운데 하나인 아저씨가

그리 말을 해주니

당분간은 또당분간은 마음 가벼운 척을 할 수는 있겠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인지,

매 순간

돌아보기를

미뤄서야 되지 않겠지만,

스스로 확신을 갖지 못하겠거든,

니가 확신하는 그들의 말을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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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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