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

냉이로그 2009. 7. 10. 03:35

쌍용 관련 기사들을 찾아살피다가 힘에부쳤다. 현장싸움의양상을 전하는 기사들이야 그저 마음을 졸이며 볼 뿐이지만, '정리해고 철회' 같은당면 구호 저편의 정책적 해법이나 대안이 될만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실은 알고 싶은 것이었다. 물론 더 바닥으로 가자면야 이윤의 무한증식만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된 신자유주의에 있겠지만, 그보다는 좀 더 현실 위의 구체적 정황이 어떠한가를 말이다. 그러자면 먼저 쌍용차 사태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떠한 구체적 정황들 속에서 전개된 것인지부터가궁금해지는 거였는데어휴, 나는 기사 하나 읽어내기도 벅찬 것이다. 솔직히 경제 관련으로 해서는 매각이니 차입이니 채권이니 인수금융이니 하는 말들만으로도머리가 빙빙, 너무나도 낯설어 말뜻을 잘 헤아리며 읽어야 하는데기사 하나를 읽다가는 '신디케이션론'이라는 말까지 나오니 겨우 더듬더듬 읽던 것마저 다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며 뭔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어 덮어버렸던 것이다. 휴우, 기사 하나를 읽으려 해도 이렇게 공부가 필요하다니.사실 찾아가며 읽으려하자면야바로 검색어에 올려놓고뜻풀이를 해가며 볼 수도 있다 하겠지만, 기사 하나 볼 때마다 사전을 뒤적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보다 먼저마우스가 움직여 기사 창을 닫아버리게 된다.그래도 궁금하여 그것 하나 이제야 찾아보았다. 그러고 나서야그 자체로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고,기사가 말해주는 것을 미루어 짐작으로 겨우 읽을 수 있었다.

°° °

어느덧 세상은 온통 사고되팔아 이윤을 남기는 자들의 농간에 놓이고 말았나 보다. 금융자본이니 투기자본이니 하는 괴물들은노동을 무력화하고, 생산을 무력화하고, 공존을 무력화한다. 오로지 자본 놀음으로 자본을 불리고, 자본 장사로 자본을 남긴다. 지금껏 그동안 함께 해온 노동자 집회들에서 언제나 가장 가슴을 뛰게 해주던 말은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자신감과 당당함이었는데, 저 괴물들은 그마저도 두려워할 것 같지가 않아. 그래서 더욱 소름이 돋는다. 게다가 그 괴물들은 자신의 농간에 허덕이고 사는 우리에게까지 끊임없이 괴물로 살기를 강요하고 있으니 말이다.깜냥껏 주머니를 털어 사고되팔아라, 재테크를 하라, 주식을 사라,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두어라…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거야 말로 이 시대의 가장 필요한 능력이자생존의 조건이다. 공포를 가속화하고 불안을 조장해 저마다 괴물로 살기를 강요하는 속에서 그것에저항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자신과의 싸움이 되게 하고 있다.그런데 그 공포와 불안을 이겨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끝내 우리 모두를 괴물로 살아가게 하여 이미 거대한 괴물인 자신들에게 저항하지 못하도록 내몰아대는그네들의 세상에서.

°° °

촛불이 물결을 이루면 쌍용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아님 금속 총파업이 쌍용을 지켜낼 수 있게 할까. 그러나 이길 수 있을까를 계산하여 싸운다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겠지만,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패배를 준비하는 싸움이라면또한 할 수 있는 것은 생각하는 만큼 많아진다.모든 싸움이 그러하듯진정으로 이긴다는 것은희망이 되는 씨앗을 남기는 것일지니 그것은 지더라도 끝내 질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용산이 그러하듯 이미평택 쌍용에도 그 아름다운 패배를 준비하며모든 것을 내놓고 싸워가는 이들이 있다. 저 느물거리는 괴물들이아무리넘기 어려운 벽일 것만 같아도 그 싸움은 이미 괴물의 정체부터 조금씩 벗겨주고 있다.쌍용의 싸움은 그렇게자본에 맞선 삶의 싸움이며 괴물에 맞선 인간의 싸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힘내라, 쌍용.

쌍용 가족대책위 후원계좌

농협 351-0064-8069-03

예금주 : 김정숙(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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