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들

냉이로그 2009. 7. 3. 01:51

약속들

"평등은 아이들이 미래를꿈꾸게 하고, 자유는 아이들이 미래를 만들게 하고, 민주주의는 아이들이 미래를 믿게 하는 것이다." (어린이책 작가들 시국선언, 7월 2일, 용사참사현장.)

오늘(7월 2일) 용산참사현장에서 어린이책 작가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그 시간 설악 자락에도 검은 구름에천둥, 굵은 빗자락이 쏟아지더니 선언 기자회견을 하던 그곳에도 세찬 비가 내린 모양이다. 짧은 시간에 적지 않은 어린이책 작가들이 하나의 선언문 아래 이름을 모았고, 세상에 대고 당당히 선언했다. 어찌보면 그 어떤 서명이거나 선언의 연명부에 이름 하나 올리는 일이 무어 그리 대수겠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것은 세상에 대한 약속이다. 그 성명서에 담고 있는 요구들은 이미 나 자신부터 그 요구를 배반치 않으며 살겠다는 다짐이며 그 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한 싸움을 피하지 않겠다는 결코 가볍지 않은 선언인 것이다. 세상과의 약속이기 이전에 나 자신에 대고 하는.


오늘(7월 3일)자 경향과 한겨레에 광고로 나간 시국선언


오전에는 일전에 주문한 '우리가족 비상시국선언' 현수막이 배달되어 왔기에 그걸 들고 이웃에 있는정 선생님 일하는 곳엘 찾아갔다. 벌써부터 농사를 지어오고 계시다가 올해부터는 아주 교직을 그만두고 전업 농사꾼이 되어 지내시는 분. 애초 현수막을 열 장이나 주문한 것은 정 선생님께드리면 어울릴만한 곳에 잘 쓰실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선생님은 이 지역에서 오래도록 전교조 활동을 비롯지역시민사회운동에 발을 담가왔으니속초시내 사무실이나 아파트 같은 곳에 그 현수막을 걸만한 분들을 두루 아시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샘골 밭에 가 계시려나 찾아나섰더니 선생님은 길가 깨모를키운 밭에서 일을 하고 계셨고, 그 현수막들을 전해드렸다. 그러곤 밭둑에 선 채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기 지역(속초, 고성, 양양) 나름의시민 시국선언도 준비하고있다며 참여를 권하셔서 그 자리에서 바로 약간의 참가비를 내고 거기에도 함께 하기로 했다.

이 정도 / 양양

그렇게 하여 어줍잖이 어린이책 작가들의 선언에도, 양양 군민들의 선언에도 참여를 하게 된 것인데,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자니그것들 앞에서 갑자기 내 몸이옴츠라드는것 같은 것이다. 감히 무슨 선언이니 성명이니를 내기에는 요즈음 나 사는 모습이 너무나도 쪽팔려…. 그래, 지나친 자기검열은 어쩌면 독이 되기만 할 뿐. 어쩌면 나는 이 선언들에 동참한 것에 기대어 내 쪽팔림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 쪽팔림으로 말미암아기운차게 일어설 수 있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쪽팔림을 알게 해준 그 모든 것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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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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