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눈물

냉이로그 2009. 7. 16. 00:02

1. 용의 눈물

어저께끄적여놓은 거. 공책도 아니고 무슨 고지서 봉투 쪼가리에다.

용산을, 쌍용을 생각하다가 문득 궁금해졌더랬다. 혹시 무슨 설화나 민담, 전설 같은 것에 쥐와 용에 얽힌 이야기가 있지는 않은지. 나야 그쪽에 워낙 공부가 없어 생각나는 게 없지만 왠지 있을 법도 같았다.예로부터 쥐가 용을 무서워했다거나 아님옛날 이야기 속에서어떤 나쁜 짓을 하던 쥐가용에게 심판을받았다거나. 그래서 쥐박이란 별명을 가진 이놈의 정권이'용'산의 철거민들, 그리고 쌍'용'의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싸움부터전력으로 시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엉뚱한 생각에 빠져들며 말이다.4대강을 파헤치겠다는 것도 어쩜 지금 굽이치고 있는 강줄기들에저들을 두렵게 할 용이 잠자고 있을까겁이 나그 바닥을 다 들어내겠다는 것은 아닌지.

저 용산의 눈물을 보며, 쌍용의 눈물을 보며, 그리고 눈물을 철철 흘려보내고 있는 반도의 강줄기들을 보며.그 눈물들, 쥐박 정권의 도발 앞에 흘리고 있는 그 용들의 눈물, 들을 보며.

2. 범출판인 시국선언

범출판인 시국선언을 준비에 참여하고 있는작은진보까페에서 온 메일.선언문에 비장미가 가득하다.

출판계 시국선언 참가 신청 접수 중입니다. - 16일(목)까지

보낸날짜 ㅣ2009년 7월 15일, 오후 15시 22분 06초 +0900

보낸이ㅣ "작은 실천에서 시작하는 어린이책 진보 모임 운영자"

출판계 시국선언 참가 접수 마감이 조금 연장되었습니다.

현재 작은진보, 어도연, 책만사, 인사회, 청출협, 편집인클럽 등을 통해

약 1천여명이 참가신청을 했고, 1300여만원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국선언 소식을 모르는 분들도 많이 있다고 하여,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신청기간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7월 16일(목)까지 접수를 받을 예정이니,

아직 신청하지 않은 회원님들은 서둘러 신청해 주시고

주위에도 소문 많이 내 주세요.

특히 출판사들의 참여가 저조합니다.

홍보가 덜 된 탓도 있는 듯하니, 주위의 출판사 분들에게 적극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인쇄소와 서점 쪽도 아는 분 있으면 알려 주시고요.

작은진보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 부탁드립니다!

출판문화인 시국선언

인류의 역사는 기록의 역사이다. 기록은 영원히 살아남아 인류의 앞길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책을 쓰고 만들고 읽는 우리 출판문화인들이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2009년 여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기록하는 자가 설 곳은 어디에도 없다. 작가의 붓은 꺾였으며, 카메라의 렌즈는 막혔다. PD의 입은 봉쇄되었으며, 시민들의 사생활은 낱낱이 발가벗겨졌다. 올바른 생각으로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쫓겨나고, 탐욕과 무지의 끈으로 결박당한 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보라, 지금 이 땅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진 자들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없는 자들을 짓밟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최저임금 생활자들은 정리해고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영세 자영업자와 일용직 노동자들은 매일 생존의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 하루아침에 보금자리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은 살 곳을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고, 일할 곳을 찾지 못한 수많은 청년 실업자들은 희망 없는 미래에 삶을 저당 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적대적인 대북정책은 한반도를 전쟁의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으며, 우리의 금수강산은 포클레인과 콘크리트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경찰의 군홧발에 유린당하고 있으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 역시 권력의 칼날 앞에서 숨죽이고 있다. 심지어 친일파와 독재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역사마저 왜곡하고 있다.


그렇다. 그대들은 우리와 우리 자손의 소중한 삶의 터전인 이 땅을 이렇게 양육강식의 살벌한 세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강한 자는 더 강하게 부유한 자는 더 부유하게 해줄 그대들만의 천국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땅은 ‘당신들의 천국’이 아니라 ‘우리들의 천국’이 되어야 한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결코 버려서는 안 될 우리의 이웃이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철거민도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이다. 무한경쟁 교육에 내몰려 세계 1위 자살률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은 우리가 함께 보듬어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다. 모두가 행복할 권리가 있는 우리의 이웃이며 자녀들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국토를 훼손하지 않고 후세들에게 물려줘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인간보다는 경제를 앞세우고, 상식과 양심보다는 허울 좋은 법치와 특권이 판을 치는 이 고난의 시대를 맞아 무수히 많은 ‘입’들이 소통과 화해, 정의와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 성직자와 교수, 영화인, 연극인, 교사, 작가, 직장인, 노동자, 농민, 학생 등 각계각층에서 민주주의의 후퇴와 반인권*반생명을 경고하며 이 땅의 양심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 왜 그대들은 이 양심의 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가! 무엇이 두려워서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한단 말인가! 무엇을 위해 국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반민주 악법들을 통과시키려 하는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살아야 하는 저 낮고 낮은 곳에 있는 우리 이웃들의 눈물과 한숨이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귀를 닫으면 닫을수록 눈을 감으면 감을수록 수많은 아우성은 그대들의 심장을 향해 비수가 되어 날아갈 것이다. 막히고 되돌려진 물줄기는 언젠가 성난 파도가 되어 그대들을 덮칠 것이다. 그대들이 휘두르는 무지와 독선의 칼날이 날카로우면 날카로울수록 우리들은 더더욱 진실의 언어로 그대들에게 맞설 것이다. 그리하여 진실을 기록한 붓들이 꺾여서 역사의 제단에 수없이 바쳐진다 해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묵묵히 우리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생존을 위해 단 하나의 목숨마저 내놓아야 했던 용산 참사의 현장에서, 진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탄압받는 MBC 사옥에서,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촛불을 들었던 시청 앞 광장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려 했던 교실에서, 정리해고에 맞서 인간다운 삶을 되찾으려는 서글픈 농성장에서, 이 모든 곳에서 쓰러지고 짓밟힌 이웃들의 희생과 고통에 비하면 우리의 결단과 행동은 아홉 마리 소 가운데 터럭 하나만큼의 무게에 불과할 뿐이다.


책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임무는 시대를 기록하고,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며, 권력자의 독선을 비판하는 것이다. 물론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다. 하지만 아무리 진실의 입에 재갈이 채워지고, 거짓의 언어가 세상을 뒤덮는다 할지라도 감히 시대의 사관史官임을 자임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의 임무는 시대의 횃불이 되어 어둠을 밝히고, 거짓을 폭로하며, 약한 자를 짓밟고 선한 자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잔혹한 그대들의 행적을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쓰고 만들고 읽는 모든 책에서 진실의 언어를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어린이책이든, 청소년책이든, 어른이 보는 책이든 그 어떤 책에서든! 그리고 그 책들은 도서관이든 시장통이든 지하철 안이든 그 어디에서든 진실을 증거하게 될 것이다.


역사에 교훈을 얻지 못하는 자들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 역사는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권력자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에게 위임받은 영예로운 권력을 오로지 탐욕과 이기심으로 채워버린 그대들이여, 기억하라! 그대들의 오늘을 숨죽인 채 기록하는 이들이 이 땅 곳곳에 살아 있음을. 지금 역사는 그대들의 위선과 아집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음을.


-우리는 현 정권의 국정 실패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과 무능에서 비롯되었음을 천명한다.

-우리는 용산참사의 책임이 현 정권과 거대 자본의 무리한 재개발 정책에 있음을 천명한다.

-우리는 4대강 사업이 국토 살리기가 아니라 국토 파괴이며, 현 정권과 건설자본의 물질적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천명한다.

-우리는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을 비롯한 모든 MB 악법에 반대하는 세력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내며, 연대를 천명한다.

-우리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헌법의 권리임을 천명한다.


2009년 7월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출판문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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