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겠다.용산의 불길이여섯 목숨을사른지가벌써 반 년이 넘게 지났고, 그 불길에 까맣게 탄 시신들이냉동고 안에 갇힌 것도 반 년이 지났다. 그리고반 년을 훌쩍 건넌 지금또 다른 곳에서도 일촉즉발로 그 불길이 예고되고 있다.어쩌면 시간은 그렇게멈춰져 있었는지도, 아님 속절없이 가버리기만한건지도 모르겠다. 암튼 세상의 시간과 무관하게 나의 시간 또한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는 열두 분의 화가들이 용산 레아에서 <그림책 작가, 촛불을들다>라는 합동 전시회를 3주 동안 갖는다. 그개막에 맞춰 용산에서 밤을 지새며 촛불을 드는작은 행사가 예정되어 있는데,잠에서 깨어날짜를 보니 벌써 내일이다.서울에 올라가야겠는데 몸도 마음도 엉망이다. 그보다 세상은 더 엉망. 어쨌든 내일은 용산에서 밤을 지샌다. 꽤나 오랜만에 가는 서울길이 되겠다.아하,지난 새벽 먹다 남은 술이 책상에 그대로 있구먼. 일단 그것부터 벌컥.
그림책 화가, 촛불을 들다展
세상의 아름다움과 꿈을 그림으로써 어린이들과 만나는 일은 분명 보람 있고 행복한 일이다. 이 땅의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키워 나간다는 것, 이것은 우리가 어린이와 함께 밝은 미래에 대한 약속을 나누는 일이며 스스로의 보람이다.
그러나 지금 거짓과 폭력으로 점철 된 이 세상을 외면한 채 아이들이 보는 책에 꿈과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는 것은 또 다른 거짓 된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현실의 부조리함을 덮어둔 채 아이들이 보는 책에 아름다운 세상만을 그린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우리는 그간 용산 참사와 이를 대하는 정부의 처사를 지켜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살인을 저지르고 사과 한 마디 없이 외면하는 것에 모자라, 도리어 그들을 테러집단으로 매도하는 현 정권의 행각은 차라리 짐승의 그것에 가까웠다.
참사가 일어난 지 반년이 지난 지금, 희생자들의 시신은 아직도 냉동고 안에 갇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반년 간 상복을 벗지 못하는 그들의 일가족들을 보며, 우리는 처참한 심정으로 붓을 든다.
현 정권 들어 세상은 소수 권력집단의 이기심으로 혼란지경에 빠졌고, 그들의 탐욕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권은 거추장스러운 장애일 뿐이며, 그들의 권력 공고화 작업은 끝내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까지 이어졌다. 재벌들의 법인세 감면액이 연 20조 원에 이르는 가운데, 비정규직법안 연장은 그들의 지출을 줄이자는 잔꾀에 불과하다. 이것은 쌍용차 사건으로 이어져 비정규직과 정규직과의 노노갈등을 야기했다. 방송 미디어 법 역시 그들의 권력 영구화를 꾀하는 동시에 파쇼체제의 회귀를 노린 법안이며, 4대강 사업 역시 대운하의 또 다른 골격으로 대기업의 돈 퍼주기 사업이며 문화재와 환경파괴사업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우리 그림책 화가들은 사람이 사람일 수 없는 세상이라 말한다.
그림책 화가는 그림으로 이 땅의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거짓과 폭력을 외면한 채로 작업실에 앉아 꿈과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것은 우리의 앞날을 이끌어 갈 어린이를 속이는 행위이며, 우리의 미래를 짓밟는 행위이다. 이제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진실 된 꿈과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붓끝을 세상을 향해 돌린다.
그림책 화가 12인 일동
전시일정 : 2009년 7월 24일(금요일) - 2009년 8월 20일(목요일)
전시장소 : 용산참사 남일당 건물 뒤 레아 까페 1층
참가인원 : 권윤덕, 김병하, 김종도, 김환영, 이광익, 이상권, 이승현, 이억배, 장호, 조은영, 조혜란, 홍기한 이상 12명
연락처 : 김종도 (010-4040-1503, treeisnice@hanmail.net)
*까페 레아
용산참사 희생자이신 고 이상림씨가 생전에 운영하던 까페였는데 범대위 측에서 이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미술계와 연대하여 '끈나지 않은 미술전'을 진행 중이며 그 전시의 연장으로 그림책 화가들이 모여 '그림책 화가, 촛불을 들다'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갖게 된 것이다.
*활동계획
1.더작가와 함께 하는 밤샘 문화제 :2009년 7월 24일
5시-전시 오픈
7시-시국미사
8시 30분-더작가 토론회
10시-추모문화제
12시-심야영화제
(*더작가 :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모임)
2. 어린이책 한마당
일정 : 2009년 8월 13일(목)
그림책 화가들과 만화가 그리고 (사)어린이도서연구회와 더 작가들과 어린이들이 모여 거리 스케치전 행사와 캐리커쳐 그리기 및 헌책 판매와 작가 사인회등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