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인간

냉이로그 2009. 8. 25. 12:48


포스터를 보고나서야 기억이 났다.언젠가 풋사과 언니가지나가면서 아이언자이언트라는 애니매이션 봤니 하고 물은 일이 있는데, 그때는 영 모르던 제목이라 듣고서도얼마 안 가잊고 말았다.로봇이 나오는 건데 아주 내용이 좋더라며 소개를 해줬더랬는데,이게 바로 그거였다.그래서 기대를 잔뜩 가지고 보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뭔가 어설퍼 보이기만 했다. 만화라면 지브리스튜디오에서 나오는 거나 아니면 디즈니 쪽 것에나 익숙한 나로서는 인물이고 배경이고 화면이 뭐 이리 시시하나 싶은 거였다. 지브리의 생동감 있는 연출이나 구성은커녕디즈니의 말랑말랑 현란한 움직임 같은 것도 하나 없어. 그런데 어, 어?보고 있노라니그어설퍼 보이는 깡통로봇에게 정이 간다.아무도 몰래 로봇과 사귀며이불에서 몰래 빠져나가는호거스 모습에서는 스노우맨에서 눈사람 아저씨를 만나러 나가던 아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 자기는 총이 아니라며, 아토모 로봇이 아니라 수퍼맨 로봇일거라며 말을 할 때는 가슴이 찡. 영화를 다 본 뒤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그 원작이 동화라 하여좀 더유심히 살폈다.1968년 테드 휴즈라는 작가가 쓴 '철인간(The Iron man)'이라는 작품이라네.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해. 동화책 속에서는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졌을까.같은 제목으로는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지가 않기에 아직 여기에는 번역이 되지 않았나 했더니, 작가 이름으로 검색하니 '무쇠인간'이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쇠팔 무쇠다리 로케트주먹 때문인가, 어쩐지 철인간이라는 이름보다 무쇠인간이라는 말에 더 친숙함이 느껴진다.읽어보고 싶어라.그 어벙꺼벙한 꺽다리 로봇이야기는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아지니 말이다.



아이와 로봇의 눈물겨운 우정을 방해하는 국가기관원이 보여주는 상징을 곱씹는 일은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1957)을 떠나오늘의 세계를 보게 하는데에도 모자람이 없다. 자국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면 모조리 위협적인 것으로몰아세우는국가주의, 이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냉전의 시대상을 말하고자 했겠지만좌우블럭이 해체된 뒤로도세계는 테러리즘이라는더 끔찍한 가상의 적을 강요하고 있지를 않은가.순응하게 하려면 공포를 조장해야 하며, 군사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없는 적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전쟁에 대한 불안에 휩싸이게 하는 것으로 전쟁을 일으킨다. 그 앞에서 이 순진무구한 아이와 어벙꺼벙의 로봇은 '나는 총이 아니'라며 눈물없는 눈물을 흘린다. 미국에서 만들었지만 전혀 미국적이지 않은 영화, 미국 뿐 아니라 국가주의에 갇혀 있는 세계의 자화상을 말갛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없이 2000년 디브이디로만 나와 있다가 2005년에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스크린에 걸렸다 하는 걸, 140원을 주고 다운받아 봤다. 뜨끔.







<< 무쇠인간 >> 테드 휴즈 (글) 앤드류 데이비슨 (그림) 서애경 (옮긴이) 비룡소, 2003

'냉이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  (16) 2009.09.24
사잇골 가는 길  (12) 2009.09.22
큰 집  (2) 2009.08.15
차은, 호진  (6) 2009.08.15
정동진  (6) 2009.08.07
Posted by 냉이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