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 호진

냉이로그 2009. 8. 15. 00:34

<<시선 1318>>. 그러니까 몇 해 전부터 국가인권위에서 만들어온 <<다섯 개의 시선>>이니 <<여섯 개의 시선>>, <<세 번째 시선>> 같은 인권옴니영화 씨리즈에이은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청소년인권 쪽 주제를 담은다섯 편의 짧은 영화들을 모아 '시선' 뒤에 '1318'을 붙인 모양. 공들여 만든 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영화 네 편이 다 지나도록 그닥 별로, 심드렁하기만 했다.그런데 맨 마지막 <달려라 차은>편은 그 모든 아쉬움을 다 털어주었다.차은 역을 맡은 전수영이라는 어린 배우는 <<똥파리>>에서 김꽃비를 볼 때만큼이나 신기하기도 해.누가 이렇게 만들어내 주었나 했더니 역시나<<가족의 탄생>>이라는놀라운 작품을선사한 김태용감독.







벌써부터 여러 달째 우울한 날들이 이어온 데다 그 위로 설상에 가상까지꼴이 꼴도아니다.약도 없는 자기연민 따위에잠겨 허우적대지 말아야 한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 깊이 빠져들기만 했다. 발목아지에서 종아리로, 종아리에서 장딴지로.그럴 거라면애를 쓰지나 말 것을. 아마도 근 한 달 여 동안이 태어나 가장 엉망인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그러던 차에만나게 된 달리는 차은이를 보는 동안만큼은 잠시나마 마음이 다독여졌다. 아, 언제부터였을까, 희망이니 용기, 자신감 따위 말들은 내 것이 될 수 없는 양 지내온 것이.


엊그제던가,실로오랜만에 동화책을펼쳐보면서도 가슴이 뻥뚫리는 듯했다.튼튼남중 언니가 쓴 <<불량한 자전거 여행>>. 그 한 권을 읽는 내내 나는 엉덩이를 자전거 안장에 걸치고 있는 것만 같아. 호진이라는 아이와 함께숨가삐 가지산을넘었고, 끝끝내 미시령을 오르느라 이를 물고 숫자를 세었다.책을 덮는 순간까지 나 또한 쉼없이 페달을 밟고 있는 것만 같았어. 이렇게나진한 땀내에 박진감 넘치는 로드무비 격의 이야기를 우리 아동문학이 가질 수 있게 되다니.

불량 자전거의 호진이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달리는 차은이를 만나게 되어 고맙다. 이제 그만 마음을 밝게 해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나로 인해 마음이 구겨졌을 이들을 떠올리면너무나도뻔뻔하겠으나,너 언제는 뻔뻔하지 않았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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