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옷입고 나가면 특별상영작 한 편은 보고 올 수 있겠다. 예정에도 없었고, 아니 아예 그거 한다는 것조차 몰랐으니 예정 따위가 있을 리 없고, 그저 답답한 가슴에 바람이나 쏘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일찌감치 서둘렀을지도 모르는 일. 아님, 내일과 모레까지 그곳 정동진초등학교 운동장에 죽치고 앉아 이박삼일 영화나 보다 올까.작년에는 해원이, 상근이랑 함께 가서 비옷을 뒤집어 쓰고, 우산을 써 가면서 영화를 보며 참 좋았더랬지. 혹시 상근이 시간이 될까 하여 마리아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보는데 받지를 않으신다. 양양에 다녀가겠다는 것도 오지 말라고 하던, 강릉 쪽에 가면 연락해야 할 후배가 있기도 한데 에이, 그냥 혼자가 낫겠다. 미안. 아, 그나저나 영화를 보면 잠시나마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정동진 바람을 맞고 나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을까. 영화관 귀한 이 동네에서 가까운 곳에 그러한 영화제가 열린다는 게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