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녀석들하고설악에 다녀왔다.새벽에 떠나 해가 다 지고 내려온 장장 열한 시간의 대장정. 멋지다 상근, 장하다 하은아!
우리가 함께 넘은 길(2009. 10. 18)
한계령 진입로-(2.3Km)-한계령 갈림길 -(4.2Km)- 끝청 -(1.2Km)- 중청대피소 -(0.6Km)- 대청봉 -(1.6Km)- 소청대피소 -(1.7Km)- 희운각 -(2.0Km)- 양폭대피소 -(3.5Km)- 비선대 -(3.0Km)- 소공원 -(2.3Km)- 설악동매표소
봉우리 / 김민기
한계령 진입로로 들어서서 오르기 시작한 길. 욘석, 처음에는 까불어대고 막 좋기만 했지.
상근이는 사진 찍자고 전화기를 들이대면 금세 얼굴을 돌려버린다.허나 옆모습만으로도 간지가 난단 말이야.
얼굴 한 번만 보여주라.
처음엔 할아버지도 아닌데 무슨 지팡이냐고 싫다고 난리치던 하은이 녀석,얼마 못가 지팡이 꾹꾹 짚는다.
가장좋은 사진인 걸 하필이면 전화기 사진찍는 구멍에 지문 같은 게 묻어 있었나 보다.
대청까지 오르는길은 내내 상근이가 맨 앞에서 씩씩하게차고 갔다. 왜 힘들지 않았겠냐만 힘들다 소리 한 번없이 웃기만 하는 예쁜 아이, 스마일 상근.
바윗돌을 타고 넘을 때마다 하은이는 발이 닿지 않아 낑낑이었지만, 바위를 끌어안고라도 어떻게든 타고 올라간다.
우아, 힘들다! 할 때도 스마일 상근.
"손 잡아줄까?" "아냐, 됐어!"
내려다보는 늬들 뒷모습 보는 게 나는더 좋더라.
장하다!
멋지다!
우와!
푸하.
하은, 칭얼칭얼 시작.
그래도, 좋단다.
의젓 상근.
까불 하은.첫번째 기점인 끝청(가리봉)은 도대체 언제쯤 나오냐며.
저기가 대청봉.
하늘인 줄 알았는데 바다.
대청봉 아래 쉼터에서 도시락부터 먹고.으아, 라면 국물 하나만 있었어도.
마지막 대청봉 오르막.
산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동해 바다, 속초 시내.
하은아, 조금만 더 힘 내! 다 왔어!
셋이서 약속했다. 내년이면 상근이는 고등학생, 하은이는 중학생
앞으로 일 년에 한 번씩
가을 중간고사 끝나는 주말마다 대청봉에서 만나자고.
드디어 대청봉 꼭대기, 1708미터.
우리 마을이 어딘가 찾아봐. 저어기 화채봉 밑에 둔전리, 그 아래 간곡리, 석교리.
"형 근데 기분이 이상해." "뭐가?" "우리랑 설악산 온 다음에 어디 멀리 가려는 거 아니야?" "누가 뭐라 그래?" "아니,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상근이 녀석이 먼저 그리 얘기를 하는 거다. 신기하게도.
"방학 때마다 너네끼리 버스타고, 기차타고 형네 집에 놀러오면 되지."
"그럼 일 년에 세 번 만나겠네. 여름방학, 겨울방학 때는 우리가 가고, 가을에는 설악산에서 만나고."
"왜 세 번만 보냐? 적어도 세 번인 거지."
내리막길이 더 힘들다며."삼촌, 엿 하나씩 먹고 가자!"
그래도 까불기는.
희운각을 지나 양폭, 천당폭포 앞.
바위 절벽과 폭포로 이어지는 천불동 계곡.
저 아래로 풍덩 빠지고 싶다.
발 좀 담그고 가자니까차갑다고 난리.
얼어버릴 것 같다고 호들갑.
새 양말 신고 다시 출발.
요놈 봐라. 지기 싫다고 마구 내달린다.
단풍이 절정.
기암절벽에 입이 벌어진다.
귀면암을 지나 비선대로.
요, 이쁜 것들!
다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