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이펙츠

냉이로그 2009. 10. 26. 17:01

열흘이 지나도록 자꾸만떠오르는 영화. 연기도 연출도아주 일품이었다.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을 엮는 것에도 어디 하나과장스러운곳이 없다.제목만 보고는 그저 언젠가 벌써 개봉하고 지났을흔한 헐리웃 영화이겠거니 했는데제작년도를 보니 올 해 만들어 아직 한국극장에는 들어오지 않은 거였다. 누군가 미리보고 써 놓기를 이 영화에는 요즘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빠른 이야기 전개도 없고, 극적인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니 아마도배급업자들이 들여올 가능성이 별로 없어보인다던데,나처럼제대로 된 사랑 영화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 십년 전 팔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를 보고난 뒤로 그 이상의 사랑 영화를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듯, 이 영화 또한 그처럼 오래도록 기억될 것만 같다. 그래, 맞아. 저렇게 사랑이 시작되는 거지, 이미 그 둘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니, 어쩌지 못하는 그것. 전에도 더러 어느 영화에선가 그 배우가 나오는 걸 본 적이야 있겠지만 이번에야 비로소 이름을 찾아 기억하게 되었다. 미셸 파이퍼라는 기막히게 멋진 배우. 애쉬튼 커쳐라는 젊은 배우도,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 아줌마도 아주 일품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설거지를 하는 엄마(캐시 베이츠)와 등을 지고월터(애쉬튼 커쳐)가 아이스크림을 놓고 퍼 먹는장면 같은 곳은 어쩜 그리 절묘하게 그려내주던지.서로 엇갈리게 돌아다보면서 한 마디씩 툭툭.다알 것 같으면서도 모른 체 해주며 월터 몰래 웃음짓는 엄마와 그런 거 아니라고 짜증을 내는 모습에서 오히려 더욱 감춰지지 못하는 월터의 마음. 첫번째 마을회관 결혼식장에 함께 가기로 약속을 하고서 옷을 고르는 두 사람, 린다(미셸 파이퍼)의 울음을 멈추게 하느라 어깨와 허벅지를 쳐가며 사랑의 시작을 암시해주는 장면들, 그리고 숨막힐 듯 아름답던두번째 결혼 행사장의 뒷정리 시간. 린다 아들의 레슬링 시합을 보던 두 사람의 조마조마한 눈빛과 숨소리. 아, 재판에서 지고 나오는 월터를 막아서던.사랑이란 그런 건가 보다. 이미 어쩌지 못하는, 어찌할 수 없는.

퍼스널 이펙츠(Personal Effects, 2009)

감독 :데이빗 홀렌더 /출연 : 미셸 파이퍼, 애쉬튼 커쳐, 캐시 베이츠, 브라이언 매킨스






















세상에 사랑에 대한 정의가 얼마나 많고 많은가. 중고등학교 시절 책방에서 하나씩 꼽아주던 책갈피 같은 곳에도 스누피 그림 같은 것과 함께 Love is.... 하면서 예쁜 말들이 써 있곤 했고,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 같은 곳만 해도 출연자들에게 저마다의 정의를 묻는 일이 흔코 흔하다.그러면서도여태껏 한 번도 나는 러브이즈쩜쩜쩜으로 되어 있는 그 공란에 나만의 대답을 가져보지 못했다. 누구 하나 나에게 물어본 일이 없기도 했거니와 나 스스로도 그런 식의 말장난 따위 유치하게 여기기도 했을 테고. 아,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는 나도 모르게 절로 그 문장이 완성되어 나왔다. 비로소 나도 그 무수한 정의들에 내 대답 한 가지를 갖게 된 것이다. 그래, 그런 거겠지. 어쩌지 못하는 거, 이미 어찌할 수 없는 거. 사랑이라는 건, 그런 거.그러하기에 고통스럽고 끝내는 아름다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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