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냉이로그 2009. 10. 22. 15:34

1.

탄원서 - 용산 농성자

여기저기 가입해놓은 까페들에서 급하다는 메일들이 쌓여든다. 고백하자면어떤 때는 제목만으로 어림아예 열어보지도 않아, 열었다가도 바로고개돌리는 때가 적지 않다. 어제만 해도 더작가 모임에서는 용산농성자들 재판 소식을 전하며 시급히 탄원서를 모아달라는 메일이 두 차례나 들어왔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 끔찍한 짓을 저지른 주범들은 그대로 두고 있으면서, 오히려 그 억울함을 호소하던 이들에게 중형을 내리는 일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다음 주에 있을 농성자들에 대한 선고공판에 앞서 탄원서를 급히 모으고 있다고, 내일(23일)까지 모아달라 하는데, 여기에는 자필 서명이 있어야 한다며 양식을 다운받은 뒤 서명을 해 팩스로 보내달라는 것이다.

2.

탄원서 - 미누

또한 요사이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소식은 프리미누 까페에서 보내오는 것들. 해마다 칼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는 초겨울이 되면 대대적인 이주노동자 단속 또한 몰아쳐대곤 했다. 역시나 올 해도 다르지가 않았고, 그 첫 신호탄처럼오래도록 이주민들의 인권을 노래해오던 미누 씨를 잡아들였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바라는 자리에서는 이미 하나의 상징이 되다시피한 아름다운 청년. 열여덟 해를 이 땅에서 노동하고, 이 땅에서 삶을 가꿔온 그이가 하루아침 보호소에 갇혔고, 언제 추방당할지 모르는 처지에 처하면서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 이 탄원서는 까페에서 바로 인터넷 서명을 할 수도 있으며 양식을 다운받아 메일이나 팩스로모아달라고도 한다.

3.

시민청구 - 서울광장

그리고 하나 더 엊그제 받은 메일은 서울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받기 위한 주민조례운동에 시민청구를 위한 서명을 모은다는 거였다. 시민청구가가능하려면 서울시 유권자의 1%인 8만1천명은 모여야 한다는데 현재 4만2천 청구인을 모았다 한다.여기에는 서울에 주소지를 가진 사람만이 청구인이 될 수 있으니 내가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 며칠 사이 들어온 메일을 정리하던 차에 같이 살펴보게 되었다. 아무튼 그 청구인 서명 또한 양식을 내려받아 정자 서명을 해야 한다니(이건 팩스로도 안되고 우편으로만 가능)혹 필요한 이가 있을까 싶어 함께 담아둔다.

4. 최소한

세상에나 이렇게도 해야할 탄원이니 서명, 선언 들이 차고 넘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이내 곧 게을러지고마는 나는 앞서 고백했듯이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지나가버리기가 일쑤다. 또는 해 봐야 어림없지 않겠느냐는, 그리한다고 되겠느냐는무의식 속의 패배주의나허무주의를핑계삼기도 했을 테고 말이다.어차피 양식 다운을 받아 팩스로 보내려면 읍내까지 나가야 할 수 있는 일이니 한 걸음에 다 해보려고 메일함을 살피는 중이었다.지나쳐버렸거나 쌓아두기만 하던 두던 메일들을 하나하나 열어보고 있자니 문득 그 메일들이 이런 말들을 건네오는 것 같다.아무리 허우적 헤매고만 있다더라도, 적어도 이렇게나마 작은 힘 보태는 것마저놓지는 말아야하지 않겠느냐는…. 적어도, 최소한.

*탄원서 양식들과 관련 링크(이미지 클릭)모음.

1256190881_탄원서 - 용산 농성자.hwp

1256190881_탄원서 - 미누.hwp

1256190881_시민청구 - 서울광장.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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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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