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 들면서 더 그랬나 보다. 15일, 무슨 날이라는 그 주말엔 더 텅비어드는 마음. 그래도 지난 해엔 감자를 안고서 기차를 타고 조탑으로, 평동으로. 할아버지 무릎 아래 오누이거나 형제같은 이들과 함께 만나 할아버지 가고난 그 빈 마음들을 달래기도 했건만. 그저 그 가깝고 먼 기억들을 헤아리기만 할 뿐.
그러던 중 며칠 전엔 할아버지가 남긴 동화들 가운데 단행본으로 묶이지 않은, 묻혀있던 이야기들을 모은 동화집 소식을 들었다. 할아버지 남긴 것들이라면 무엇이든 꼼꼼히 챙겨 살피는 똘배 언니가 그 일을 해내었다고. 모두 세 권으로 묶어낼 그 책 가운데 한 권이, 이제 막 따끈따끈하게.
그 세 권 가운데 하나는 종숙 언니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여, 진행되는 작업 이야기는 얼핏 건너듣고는 있었지만, 할아버지 제삿날을 닷새 앞두고 따뜻한 소식을 들으니 더 반가운 마음이.
어머나, 그런데 또치 언니가 깜짝 놀랄 얘길 전해주어. 이번에 나온 할아버지 동화집 <새해 아기>에 감자 얼굴이 나올 거라며. 그 책에는 신현아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던데, 그러면은 지난 해 겨울 소길리 감자네 집에 신작가가 다녀가기도 하였으니, 제라진에서도 몇 차례 만나고 그랬으니, 그래서 감자를 기억했으려나.
또치 언니가 카톡으로 보내준 책의 한 장면, 이 그림이래 ^ ^ 하하하, 보면 볼수록 정말 감자 같으다 ㅎㅎ 감자로 보면 감자 같으고, 다른 아가들 누구라도 다 닮았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또치 언니가 이 동화집의 책임편집자로 신현아 작가의 작업을 계속 지켜보았을 테니, 정말로 그런가봐.
저녁 밥을 차려 먹을 즈음, 감자네 집에도 우체부 아저씨가 이 동화집을 전해주었어.
그럼요, 할아버지가 얼마나 좋아하시겠어요. 똘배 언니가 강아지똥 원본을 찾아내었을 때 고마워하시던 그 때 얼굴처럼, 할아버지는 고마웁다 하실 거예요. 정말로 애 많이 쓰셨어요, 나 같은 애도 이렇게 읽게 해주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
감자야, 할아버지 새 책이야. 여기에 감자 얼굴도 있대! ㅎ
어머나, 이게 모야! 아직 말이라곤 한 마디도 할 줄을 몰라. 그림책을 넘기며 노는 거야 아주 갓난 적부터 좋아하긴 했지만, 이렇게 책을 펼쳐들고 소리를 내어 읽기는 이번이 처음 ^ ^ 엄마아빠가 읽어준 적도 없는, 봉투를 뜯자마자 손에 쥐더니 감자별 외계어를 쏟아내며 책을 읽지 모야 ㅋ 인증샷을 찍어 똘배 언니에게 보내야지, 하고 폰을 들고 있다, 깜짝 놀라 동영상 모드로 바꾸고 숨을 죽여.
봄이 되고, 눈만 뜨면은 마당으로 나가자고 신발을 들고 쫓아다니는 감자. 내년 봄에는 감자 뿐 아니라 품자도 형아처럼 흙강아지가 되어 마당으로, 밭으로 뛰어나가자 하고 그러겠지. 그럼 내년, 할아버지 열번째 제삿날엔, 감자품자가 함께 할아버지 오두막 마당을 뛰어다니는 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