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감자로그 2015. 4. 1. 19:35

 

 

 

 

 근이가 내려와 함께 지내고 있는지 아흐레. 그러니까 그때 근이를 공항으로 마중나가면서, 평화로를 넘고 광령에서부터 고성, 장전 길을 지나 집으로 들어오면서 얘기했더랬다. 이 길에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가 다 벚나무라고. 이제 곧 날이 따뜻해지면 이 길로 벚꽃들이 난리가 날 거야. 마을 사이에 있는 길들은 온통 꽃터널이 될 거야.

 

 그래도 아직은 더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이제 겨우 몽우리를 맺고 있으니, 지난 해 봄에 본 그 풍경까지는 아직도 한 스무 날은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러니 어쩌면 근이는 그 멋진 꽃길을 못 보고 갈지 모르겠다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어리석은 걱정.

 

 

 

 어제 아침, 군포 전시를 준비하러 공항으로 나갈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몽우리를 터뜨리고, 마음 조급한 녀석들부터 꽃잎을 내밀면서, 준비 땅, 이제 곧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이게 모야! 어제 아침 집을 나섰다가 오늘 오후 돌아왔는데, 그 사이에 도대체 어떤 마술을 부려놓은 걸까.

 

 

 

 군포에서 전시 준비, 서울로 넘어가 새벽이 깊도록 술을 먹고는 내려오는 길. 제대로 씻지도 못했지, 이대로 집에 닿으면 한 시간이라도 눈을 좀 붙였으면 싶었지만, 공항에 내려 벚나무길을 지나오는 동안 몸이 다 깨어나.

 

 

 

 핀다 싶으면 지는 게 꽃인데, 바람이라도 불면, 비라도 내리면, 이 꽃잔치는 또 언제였냐는 듯이 지나버리고 말겠지. 미루지 말아야 해. 집에 들어가자마자 감자랑 달래랑 다 같이 이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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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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