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감자로그 2015. 3. 4. 09:27

 

 

 

 

 봄이 올 듯, 온 듯 하다가도 아직은 멀어. 돌담 너머로 매화가 꽃잎을 내놓기도 하였고, 길섶 유채들은 감자보다 키가 훌쩍 자라 벌써 노랗게 얼굴을 흔들어대고 있지만, 바람이 차다. 하늘은 자꾸만 꾸물꾸물 이어지기만 하여 햇볕 보는 일이 귀해.

 

 그래도 봄이 올 거야. 감자야 햇살 맞으러, 바람 맞으러, 나무도 보고, 풀도 보고, 꽃도 보고, 새도 보고, 바다에도, 오름에도, 마을 돌담 길도. 바깥으로 나가면 거기에 진짜 세상이 있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들이, 얼마나 신기한 것들이, 얼마나 반가운 것들이, 그 모든 것들이.

 

 

  

 

 아직 햇살 아래에선 눈을 감아. 그래, 햇살은 마주 보는 게 아니라 가만히 맞는 거. (쩝, 아빠하고는 닮은 데가 하나도 없는 줄 알았더니 머리 난 거 하난 아빨 닮았네 ㅜㅜ 어쩔꺼나, 아빠도 머리가 저렇게 나있더니 서른다섯 넘어 우수수 빠지고 있는 거를.)

 

 

 

 

 중산간 마을도 바람이 세지만, 바닷가에 내려서니 더 세게 바람이 불어. 여기는 바다. 바닷바람, 바닷내음, 파도가 치고 물결이 일고, 멀리 저 멀리, 하늘과 맞닿아 보이는 저 너머. 이 커다란 세상에서 너는 아주 작은 존재.   

 

 

 

 

 엊그제는 드디어 유모차를 득템. 무어가 그리 비싼지, 유모차라는 게 꼭 있어야 할까, 하면서 아빠는 그거에 다소 시큰둥, 그러니 엄마도 선뜻 사지는 못하고 망설여. 그러던 끝에 누가 쓰던 걸 내놓았다는 까페 글에 손 번쩍 들어 댓글을 달고는 중고유모차를 마련. 시내에 나가 유모차를 받아오면서 동귀리 포구에 들려 유모차 시승식을. 감자의 자가용이라 하지만, 실은 감자보다 달래가 더 좋아해.

 

 

 

 

 마을에 들어와서도 한 바퀴를 더. 아직은 날이 차서 다니기가 좋질 않지만, 봄이 멀지 않았다는 건 누구라도 아는 거. 앞으로 감자와 햇살을, 바람을 맞으며 날마다 나서게 될 그 길. 그러니 봄이 아직이지만, 서두르지도, 재촉하지도 말고 우리의 첫 봄을 잘 맞이하자.

 

 

 

 

 아하하, 요거는 자동차 뒤에다 붙일라고 만든 거. 앞으로 감자랑 함께 봄을 맞으러 차를 타고 다닐 일도 많아질 것도 같고. 그래서 시내 나간 길에 크레파스도 한 통 사다가 두 시간이나 걸려 그려서 만들었는데 ㅜㅜ 너무 크게 해서 뒤창 유리를 반 가까이 가리게 될 거라나, 그걸 어떻게 붙여놓느냐며. 우씨, 크게 써붙여놔야 멀리서 오는 차들도 다 볼 수 있을 줄 알았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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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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