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감자로그 2015. 2. 1. 00:08
 

 

 

 감자가 백일을 맞은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어. 녀석이 세상에 오고부턴 아침에 눈을 뜨면 저절로 카운트가 되어. 막상 백일을 며칠 앞두고서도 별 준비나 생각이 없었다. 잔치 같은 건 아예 생각도 안했지만, 그래도 떡이라도 해서 상을 놓고 사진 한 장은 찍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정도. 사진관은 무어, 그냥 집에서 찍으면 되지. 그래놓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백일상은 어떻게 차리는지를 보았더니 백설기에 수수팥떡, 인절미, 송편에 빛깔이 다른 세 가지 나물과 세 가지 과일. 그리고 무명실 한 타래.

 

 조촐하게 상이나 차린다고 했지만, 막상 아흔아홉날 저녁이 되니 그래도 감자에게는 처음으로 기념할 어떤 날인데, 조금이라도 정성을 더하고 싶어. 그제서야 지난 달력을 부욱 찢어내어 거기에 글씨를 썼다. 그런데 쩝, 집에는 예쁘게 무얼 할만한 문방구가 하나도 없어. 하다못해 굵은 매직이나 크레파스 같은 거라도 있으면 좋으련. 할 수 없이 얇은 싸인펜 한 자루로 칠을 해가며 글씨를 굵게 만들어. 헉헉, 그러나 싸인펜도 금새 닳아버리는 거라. 궁리를 하다가 누런봉투가 보이기에 그걸 오려 감자 모양 하나를 만들어 붙였다. 하하하, 이거면 됐다. 100일 감자.

 

 

 

 

 아침에는 먼저 삼신할머니상부터. 삼신할미에게 올리는 상에는 흰쌀밥에 미역국, 물 한 사발과 빛깔 다른 세 가지 나물을 올리는 거라고. 하하하, 그리고 감자 백일상이니만큼 감자도 쪄서 한 접시를.

 

 

 

 

 떡을 찾아오고 제대로 백일상을 차리니 오후가 훌쩍 지났다. 그런데 다른 때 같으면 오전나절에도 한참을 잠들었을 감자가 이날따라 잠들지 않고 내내 놀더니 그제서야 잠에 빠져. 하긴, 녀석이 세상에 오고난 뒤부턴 모든 스케줄은 녀석의 허락 하에 진행하게 되어 있었다. 감자가 졸리다는데 감자 백일상이 다 무어람. 일단 감자야 자자, 자고나서 사진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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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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