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

감자로그 2015. 2. 1. 00:07
 

 

  
 팔십여섯 날이 되던 날, 그날 감자는 처음으로 엄마와 아빠 품을 떨어져 하룻밤을.

 

 칠십 일이 넘어가던 즈음부터 달래는 다시 젖물리는 일로 몹시 힘겨워했다. '아이통곡'이라는 곳에서 오케타니 맛사지를 받으며 방법을 찾아보려 애를 썼지만, 유선염이 다시 찾아왔고, 끝내 염증은 농양이 되어 유선을 막아버리게 되었다. 몸에서 만들어지는 유즙은 감자에게 먹일 수 없는 채로 안에서 그대로 고름이 되어버리게 되어. 

 

 다시 찾아간 오케타니 맛사지 선생은, 이정도면 벌써 구급차를 타고 오거나 하였을 텐데 어떻게 여태 견디고 있었냐며 손을 대기 힘들어했다. 그러더니 자신이 수간호사로 있던 병원으로 바로 연락하여 접수를 대신해주어. 아닌 게 아니라 그러기까지 달래는 젖을 물릴 때마다 비명을 지르다시피 하였다. 어떻게 그걸 참고 있었는지. 흔히들 나더러 미련스럽고 고집만 세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한 건 달래였어. 

 

 달려간 병원에서 달래가 진료와 상담을 받던 시각, 나는 감자를 안고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감자는 아직 병원이라고는 한 번도 가보지를 않았고, 지금껏 예방접종이라는 것도 아무 것도 하지를 않아. 차마 감자를 않고 감염의 온상인 병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세 시간 가까이 지났을까, 멀리에서 걸어오는 달래는 펑펑 눈물을 쏟았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하루라도 시간을 아껴야 한다며 다음 날로 수술을 잡아. 

 

 수술도 수술이었지만, 감자가 걱정이었다. 아무리 재촉한다 해도 수술을 받고 바로 퇴원할 수는 없는 일. 병원에 사정을 말하고, 우리는 그 다음 날 퇴원하겠다고 했지만, 그 하룻밤 또한 어찌해야 할지. 달래 혼자 수술을 받고 회복하게 할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감자를 안고 그 병실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도 끔찍한 일.

 

 들이네 집 누님과 형님이 보아주기로 하였다.백일도 채 되지 않은 갓난 것, 그나마 들이네여서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어. 그러나 누님과 형님은 오히려 우리더러 고맙다 하였다. 부탁해주어 고맙다고, 믿어주어 고맙다고. 쉽게 그럴 수 없을 거라는 마음을, 알고도 남을 거기에.

 

 밤새 들이네로 보낼 감자의 짐을 싸고, 병원에서 보낼 짐을 싸고, 다음 날 아침 들이네를 들러 병원으로 가는 길. 눈물바람이던 달래도 잉잉거리며 웃었다. 감자를 돌보느라 충희 형님이 얼마나 정성을 다며 쩔쩔맬지가 눈에 보이는 것 같지 않느냐며, 그러고 있다보면 들이엄마가 뒤에서 척척 해결을 다해줄 것 같지 않느냐며 말을 했더니, 달래 역시 눈에 선하다면서 잉잉거리며 웃음을 터뜨려.

 

 아니나다를까, 달래가 수술을 받는 사이, 그리고 입원실에서 보낸 하룻밤새 카톡으로는 실시간으로 감자와 함께 보내는 들이네 식구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들어왔다.

 

 다행이지, 정말. 들이네가 있어서.

 

 

 

 

 

 

  

 서른 시간만에 돌아왔다. 감자로서는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보낸 엄마아빠없이 보낸 시간. 감자는 아주 편안한 얼굴이었다. 어쩌면 감자는 엄마아빠랑 있는 시간보다 더 호강을 했는지도 몰라. 들이네 세 식구가 얼마나 정성으로 보살피고 돌보았을지를. 혹시 싶어 사다둔 일회용 기저귀를 가져다 주었건만, 굳이 엄마아빠 하던대로 하겠다며 우리집엘 내려가 천기저귀를 챙겨다가 쓰고 있어. 울고 보채며 힘들게 했으면 얼마나 미안한가 싶어, 그러지 않았느냐 물으니, 전혀 그런 거 없었다고, 아주 잘 놀고, 잘 먹고, 잘 잤다고 하니 휴우, 다행이다 싶다가도, 에잇 요 녀석, 엄마 보고싶다, 아빠 보고싶다 그랬어야지, 흥, 너 배신이야!

 

 

  

 충희 형님이 적어놓은 일박이일 감자일지. 쉬한 거, 맘마 먹은 거, 잠든 시간, 깬 시간. 엄마아빠보다 더 꼼꼼히 적어놓은 것 같아, 이 일지는 엄마아빠가 참고해야겠다면서 받아왔다 ㅋㅋ  

  

 

 

 

 이날 저녁 달래는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는데, 들이엄마는 밥에 반찬을 바리바리 싸들고 내려와 상을 차려주었다. 이런 날은 남이 차려주는 밥을 먹어야 한다면서, 해주고 싶어 그런다면서. 이건 쫌 상상이상이었어.

 

 

 

 

 감자야, 큰아빠네 집에서 잘 있었어? 엄마 보고싶었지. 엄마도 감자보고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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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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