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공부 모임

냉이로그 2006. 11. 24. 11:22

지난 9월부터던가, 몇 사람과 함께 책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무슨 모임이라 하기에는 쑥스러운 정도이지만 굳이 말하자면 생태공부 모임 정도랄까? 내게 있어 전쟁이 멈추어지지 않는 세상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평화로 이어졌고, 그 평화는 굳이 말하자면 ‘반전평화’에 묶여 있었다.


인간이 인간에 대해 벌이는 전쟁, 그것의 고리를 찾아 들어가다 보니 결국 전쟁이건 그 무엇이건 ‘평화’를 해치는 것은 내 삶의 문제였고, 인간들이 벌이는 전쟁이란 곧 인간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자연에 대한 파괴, 전쟁에 맞닿아 있다는 걸 어렴풋 깨닫게 되었다. 이라크에 퍼붓는 미사일과 산을 뚫거나 갯벌을 메우는 포클레인이 다르지 않고, 결국 지구를 더 많이 파먹기 위해 그러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서로 꼭 맞는 블록처럼 얽혀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하여 갖게 된 생태에 대한 관심, 지구의 문제가 절실하게 다가오던 차였다. 이라크와 레바논의 아픔이 새만금과 천성산의 아픔과 다르지 않고, 그것들이 결국은 에너지와 자원을 둘러싼 지구의 문제로 통합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의 가장 뿌리에는 내 삶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가 하는 것. 이른바 ‘반전평화’와 ‘생태평화’가 함께 만나 ‘생명평화’로 어우러지고, 그것이 내 하루하루 삶과 생활의 내용을 바꿀 수 있어야 진정 평화롭고 조화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누군가는 반전운동과 환경운동이 만나지 못하고 서로 저마다의 문제에만 갇히고 있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레드피쓰와 그린피쓰가 만나야 한다고 역설했고 , 또 적지 않은 이들은 자전거타기나 채식, 대형마트 안 다니기, 가능한 한 자급자족 생활로 가기 위한수제품 쓰기 같은 일들로 적게 쓰고 불편하게 사는 생활의 변화를 근본에서 찾아 나가고자 하고 있다.


그러저러한 고민들이 내 몸에 쌓여 올 때 쯤 함께 책읽기를 시작했다.울진중의 과학 교사와울진초등 교사, 그리고 나까지 셋이 시작한 생태 공부 모임.


그 첫 책이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였고, 두 번째 본 책이 <<다시 태양의 시대로>>였다. 생태에도 여러 주제들이 있겠으나 그것을 어디에서부터 찾아야 할까 하던 고민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부터 눈을 두자는 것이 그 동기였다. 화석자원의 문제,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 그리고 지구온난화의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안고 있는 그 문제를 막연히 원자력 반대, 핵 반대가 아니라 문제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 대안은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가를 제대로 알아야겠다 싶었다.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이필렬 / 창비 (9000) 다시 태양의 시대로 / 양문 / 이필렬 (10000)


시민태양 발전소 건립 운동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를 흐릿하게 들어오기는 했는데, 원자력 발전소가 앞으로 10호기 이상 들어설 이 지역에서 시민발전소를 만들 수 있다면 그 또한 얼마나 멋진 일일까 하는 꿈을 갖는 것은 꿈꾸는 것 자체로도 행복한 일이었다. 무섭게 돌아가는 원자력 발전소를 옆에 두고서, 우리 손으로 만든 햇빛 에너지로, 조금은 모자라고 불편하지만 훨씬 더 넉넉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만들어 낸다면……. 그래서 우리 세 사람은 공부를 시작하며 함께 ‘에너지전환(옛 에너지대안센터)’에 함께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공부는 재미있다. 그 전에는 종종 신문에 원자력 발전소 얘기가 나오거나 할 때면 우라늄 235니 237이니, 플루토늄이니 경수로, 중수로, 고속증식로니 하는 말들이 어려워 아예 대충 기사만 훑다 말곤 했는데 그 내용들을 가까이 알게 되니 눈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글쎄, 아마 혼자 책을 봤다면 제대로 보지 못했을 텐데, 같이 공부하는 이 중에 과학교사가 있어서 마치 나는 중학교 때 물상 수업을 받는 듯한 기분으로 동위 원소니 원자핵, 중성자, 전자니 하는 설명을 쉽게 듣고, 되물을 수 있었다.


이제 그 책 두 권을 마치고 세 번째 보기로 한 책이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이다. 원래는 엊그제 수요일에 모임을 가졌어야 했는데 그 때 전교조 연가투쟁에 참석하느라 미뤄진 바람에 이번 주는 공부를 띄었다. 세 사람이 시작한 모임에 지난주부터는 울진고 역사 교사 한 분과 그 사모님도 함께 하기로 해서 이제 다섯 명이 함께 책을 본다.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 마크 라이너스 / 돌베개 (13000)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은 이제 막 읽기 시작하고 있는데, 그 안에 펼쳐진 현실을 보는 건 몹시도 겁이 나는 일이지만 남태평양의 가라앉는 섬 투발로우, 빙하가 녹아내리는 알래스카, 사막이 번져가고 있는 중국 등지로 떠나는 여행은 마음을 아주 긴장되게 한다.

관심을 모아 함께 공부하며 끌어주는 이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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