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라 자이툰

바끼통(http://cafe.daum.net/gibumiraq)에 들어가 지난 두 주 동안 모아 놓은 이라크 관련 기사들을 읽었다. 두 주일 치 동안 모인 것만 해도 마흔 다섯 개나 되는 기사였으니 빠르게 훑어 읽는 데만도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여전히 그곳에서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아파하고, 죽어가고, 삶을 찾아 헤매이고 있었고, 지난 미국의 선거 뒤로 앞으로 이라크 점령 정책에 대한 갖가지 전망들이 이야기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한국군 파병연장 혹은 철군의 갈림과 관련한 소식들도 많이 있었다.

이라크 전쟁 4년째,

한국군 파병 4년째.

다음 달 31일이면 자이툰 부대의 주둔기간 연장 시한도 끝나간다.

어처구니 없으나 국방부에서는벌써 내년 파병 예산을 짜놓고 있었고,

내년 파병할 부대원 모집까지 공공연히 하고 있었다.

부시의 이라크 점령 정책에 대한 심판이 될 것이라던미국의 선거에서는 공화당의 참패로

부시의 이라크 정책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었고,

때를 맞추어 미국에서도, 영국에서도, 그리고 그 밖의 파병국가들에서도철군 계획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눈치보기에 여념없는,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정치적 입지 세우기에 바쁜

이 나라 의원들도 우후죽순 철군을 얘기하고 있다.

2003년 4월 서희, 제마 부대가 파병할 때나

2003년 10월 대규모 파병을 결정할 때,

2004년 8월 마침내 전투병을 포함한 이 나라 군대를 보낼 때,

그리고 지난 해, 마지막 한 번만 더라며 파병연장동의안을 가결시키던

그 때 그 의원들도 상당 수

이제는 철군, 을 말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철군을 당론으로 채택하자는 서명에 90명도 넘는 의원들이 서명을 했다지.

동시에 국회에 ‘철군 촉구 결의안’을 내자고 여야의원들의 서명도 함께 하고 있다는데,

여기에는 지금 20여명 의원이 모아졌다고 하던가,

30명의 연서가 있어야 국회에 제출을 할 수 있다 하던데...

그 20명 의원 가운데 민노당 9명, 한나라당의 고진화, 배일도 등만 뺀다 해도

사실상 열린우리당 의원은 11명이 될까 말까 한다.

철군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데에는 90명이나 되는 이들이 이름을 올렸다면서

국회에 결의안을 내자는 데에는 다들 어디로 갔다는 말이지?

저마다 분위기를 살피며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가 보다.

정부에서도 미국의 움직임이나 나라안팎의 흐름을 보면서 보폭을 새로이 조율하는 것 같긴 하던데,

며칠 전 신문을 보니 18-19일 베트남에서 있을 노-부시 회담 뒤로 결정을 미뤄둘 거라 하더니,

이 나라 정부는 회담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1300명 정도로 부대원 숫자를 줄여 더 연장하려는 방침이었다더란다.

그래요, 언제는 알아서 기지 않으셨던가요?

국회에 한 가닥 희망을 걸 수 있기는 한 걸까,

아니, 희망을 걸기는 걸어도 되는 걸까?

어차피 그이들은, 특히나 지금 나서서 설쳐대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내년에 있을 선거를 내다보며 지금의 정부하고는 거리두기를 할 속셈에다,

지금에 와서라도 철군을 내세워 개혁의 이미지를 갖고자 하는 것들이 맞아 떨어지고 있는 거겠지.

그러면서도 지금도 여전히 계산기를 두드려대면서 자신의 포지션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한 발은 여기에, 또 다른 발은 저 쪽으로 걸쳐두고 있으면서.

구리고, 역겹다.

하지만, 그래,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로라도,

그렇게 해서라도

이번 국회에서만큼은

파병연장안을 막고, 철군을 이끌어내기를…….

비록 진정으로 평화를 바라는 이들의 마음으로 이루어내는 것이 아닐지언정,

한국군대가 철군을 한다 해서 그것이 그대로 이라크 평화로 이어지는 것 또한 아니겠지만,

이제는 그만 끝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아,아직 살람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지 못하고 있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 / 밥 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