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대충 다 실었다. 연장들이랑 옷 보따리,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시리 책 보따리까지. 몸살은 왜 이리 떨어지지가 않는 건지. 써 보겠다는 글은 원고 대신 죄송하다는 편지만 보냈다. 아, 설거지. 설거지가 남아있구나. 앞으로 두어 달은 집에 들어오지 못할 텐데. 아직 날이 추운데 두꺼운 옷을 싸야 할지 아님 곧 뜨거워질 테니 얇은 옷에 반팔을 담아야 할지. 봄은 어디에 있니.몇 해 동안은 언제나김윤아의 노래로 봄을 맞이하고 보내곤했던 것 같아. 봄이 오면,봄날은 가네……시와 노래에도 봄이 있다.잘 가, 봄. 하지만 이 노래가 더.
화양연화 / 시와
그 때가 그렇게 반짝였는지
그 시절 햇살이 눈부셨는지
강 한 가운데 부서지던 빛
도시의 머리에 걸린 해
달리는 자전거 시원한 바람
이제 알아요 그렇게 눈부신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 때가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