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스 글

냉이로그 2010. 6. 3. 22:19

바끼통 게시판에 프랭스가 올려놓은 글을 퍼다 놓는다.선거가 끝나니 말들이 많고,이쪽으로든 저쪽으로든 나로서는 이상하다 싶은반응들이 적지 않고, 어쩌다 인터넷 기사를 보러 들어가 덧글을펼쳤다가는 눈쌀이 찌푸려지기 일쑤였다.그러려니 못한 건 아니었지만반엠비라는 것의 실물이 결국 이런 거였나싶을 정도로고개가 돌려지곤 했다.그러다가 좀 전에 프랭스가 써 놓고 간 글을 보다가 대신 말해주는 것들이 많아 복사해왔다.맨 마지막 단락에 '덧말'이라고 써 놓은 부분 읽을 때는 슬쩍 웃음이 지어지기도 하고. ^ ^

서울 노회찬 후보 14만표에 참여한 것이 정말 좋다. | 자유게시판(옛 날적이)

프랭스 | 조회7 | 10.06.03 20:23

서울 선거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찍으라고 제가 선거운동 했던 친구가 오늘 어떤 사람한테 '네가 노회찬 찍어서 오세훈 됐다'고 뭐라고 했다길래 그 친구한테 쓴 편지입니다. 저는 경기도에 살아서 노회찬 후보를 찍을 수 없었고요. ;;

제 생각을 정리한 것이기도 하고 해서 올려 봅니다. 많은 분들하고 의견이 다르겠죠. 같은 분들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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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엠비 심판을 위해서 (노회찬)이 사퇴했어야 했다'고 그러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괄호에 노회찬이 들어가야 하지. 한명숙이 들어가면 안되나? '엠비 심판을 위해서 (한명숙)이 사퇴했어야 했다'로 말이야. 나는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하는데, 정말.

노회찬이 후보로서도 좋고, 정책과 공약도 엠비를 제대로 심판하고 있거든. 물론 이런 판단은 논쟁이 가능하지. 어쨌든 그렇다면 한명숙이 사퇴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도 자꾸 노회찬 보고 사퇴했어야 했다고 하는건 노회찬 지지자들이 적어서 그런가? 그렇다면 숫자 적으면 틀린 거고, 많으면 옳은 건가? 적은 건 적은 거고 많으면 많은 거지, 그게 옳고 그른 것하고는 다르지. 아마도. 어쨌든 14만 명이 오세훈, 한명숙 지지자들보다 적어서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한국사회에서 받고 있지. 14만명이 적으면서도 그 이상을 특별히 요구하고 있지도 않고.

그러니까 14만명이 200만 보다 적으니까 노회찬이 사퇴해야 한다고 하는 건가? 이게 사실 정글-조폭의 논리, 그러니까 현실의 논리일 수는 있는데,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 하자고 하는 거잖아? 민주주의 하자면서, 엠비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면서 14만명이 200만 보다 적으니까 사퇴해야 한다는 건 웃기지 않나? 차라리 그냥 이번에는 우리가 해먹자 이러던가. 그러면 사실 솔직해서 좋긴 하겠다.

2. 그리고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를 찍은 14만 명을 반엠비에 동참하지 않은 역적으로 몰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14만 명의 정치적 행위를 비주체적인 뻘짓으로 평가하는 오만방자한 행동이라고 생각해.

먼저 말해 둘 건 서울 시민의 민심은 어쨌든 오세훈이었어. 오세훈이 당선된 건 노회찬이나 진보신당, 그 지지자들 때문이 아니라 서울 시민들 때문이지. 그 서울 시민들을 돌려세우지 못한 소위 반엠비세력이 반성해야 될 문제이기도 하고.

그나저나 왜 14만 명의 사람들은 노회찬을 찍었을까? 노회찬과 진보신당의 정책과 공약에 동의했기 때문이지(실수로 찍지 않은 다음에야). 그런 사람들한테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와 정책-공약에 투표하지 않았다고 욕해대는 건 도대체 어느나라 민주주의지?

만약 14만 명의 지지를 얻고자 했다면 반엠비 연합세력들이 14만 명도 참여할 수 있는 후보와 정책-공약을 제시해야 했지. 아니면 더욱 보수화해서 한나라당의 지지표를 갖고 오던가.

결론을 보면 반엠비연합 세력들은 그 만큼의 보수적인 정책과 후보라면 지난 선거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세력의 상대적 진보층을 어느 정도 꾀어내면서, 14만 명이 지지하는 후보, 정책-공약을 무시해서도 집권이 가능했다고 생각했던 거지.

정말 14만 명이 아쉬웠다면 진보신당과 어떻게든(양보를 해서라도) 연대와 단일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했던게 맞지.

하지만 당락을 가르는 14만 명일지도 몰랐고, 14만명이 지지하는 후보와 정책-공약에 관심도 없었지. 그런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할 수도 있고. 범야권의 단일화 전개과정에 대한 타당성 논쟁이라면 달리 해야 할테고. 적어도 진보신당의 정책과 공약을 받아 안겠다고 했는데도 진보신당이 연대를 거부했다고는 알고 있지 않아.

* 참고 기사

http://www.newjinbo.org/xe/653142

3. 나는 그리고 노회찬과 진보신당 지지자인 14만 명 때문에 서울시장이 한명숙이 되지 않고 오세훈이 된 이 결과가 절대악이라거나 모든 면에서 잘못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분명하게 얘기하지 않는 건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내가 생각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다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서야).

그런 점에서 이런 선거 결과는 아주 의미있는 정말 좋은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생각해. 이제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는 14만 명이 지지한 후보, 정책-공약에 대해서 보수 양당들이 절대 무시하지 못하지. 14만 명의 요구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제 당선을 자신할 수 없게 된 거지.

그런 점에서 14만 표에 네가 참여한 것이 정말 좋다. 이제 앞으로는 네가 지지한 정책과 공약이 선거의 당락을 가를 수 있게 된 것이니까. 네가 지지한 정책과 공약에 자신감과 긍지를 가진다면 말이야.

혹시라도 14만 표로 지지했던 사람들과 무관하게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한나라당은 당연하겠고 앞으로도 민주당은 14만 표가 내세우는 정책과 공약에 눈길을 줄까? 민주당과 한명숙 후보가 그렇게 할까? 그렇게 하더라도 적어도 당락을 가늠하는 14만 표로서의 대우는 해주지 않겠지. 그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정말 뜻깊은 한 표였다고 생각해.

물론 이런 14만 명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더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것인지, 14만 명의 요구를 무시하더라도 오세훈 한나라당 시장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로 바뀌는 것이 더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것인지는 의견이 다르겠지. 나는 물론 앞의 의견이지만, 당연하게도 이건 논쟁이 가능하지. 하지만 14만 명은 앞에 것을 선택했고, 한명숙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뒤에 것을 선택한 것이고. 결과는 나왔고. 앞으로 필요한 일은 이 결과 속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고.

* 참고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94070

* 덧말

- 어떤 현상이든지, 해석은 다양한 가능성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그 해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논쟁과 설득의 과정에 있다기 보다는, 그 해석을 증명해내는 노력과 실천이고.

다음에는 한 50만 명쯤 만들어 보자.

그래도 이번 같은 소리 나오겠지만, 숫자 적다고 욕해 대지는 못할 테고, 100만 정도 되면 깍듯해질테고, 그 이상쯤 되면 이건 뭐... ^^

그러기 위해서는 한 판에, 로또 맞을 것 기대하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가야지. 그래야 옆에서 허튼 짓 못하거든.

몸튼튼 마음튼튼

그 14만표에 서울에 있는 우리 식구들 세 표도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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