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낭독회

그꿈들 2016. 4. 28. 00:35

 

 강정을 지키는 친구들이 지난 여름부터 마련해온 강정낭독회.

 

 매회 준비를 할 때마다 민과 경에게 낭독회 소식을 듣곤 했지만, 매번 가보지는 못해. 그러다가 한 번 가보았던 게 지난 11월 . 제주에 살면서 내내 마음에 밟혔고, 강정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거나 강정을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그 가을 감자의 돌자리에 신부님과 안나, 딸기가 찾아준, 생각지도 못한 고마운 마음.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강정에 가보자는, 신부님도 찾아뵙고 평화미사에도 참여하자는, 작심삼일과 같은, 또다시 이러저러한 상황에 밀려 그러지 못하다가, 다시 작심삼일, 아니 작심한달을 반복하게 되는.

 

 그때도 그랬다. 당시엔 난장이공을 맡아 하고 있던 터라, 자리를 비우고 어딘가를 가기가 어려웠지만, 땡땡이를 치고서라도 강정에 다녀오자고,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카페 문을 닫고라도 다녀오자며, 길을 나섰다. 마침 그날은 강정낭독회가 세번째 준비되던 날이었고, 제주시청에서 연 민중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유민아빠가 내려온 날이기도 했다.

 

 이제 여섯 번째 낭독회.

 

  

 그 사이에 감자네 집에는 품자가 태어났고, 나는 다시 회사원이 되어 적응하느라 허우적이었다. 일을 하러 나가 있는 동안에는 아픈 몸으로 내려와 살림을 해주고 있는 어머니가 있었고, 아직 어린 아가를 돌보고 더 어린 갓난아가에게 젖을 물리느라 피곤의 더깨에 눌려 있는 달래가 있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날들이 지났고, 그 사이 봄이 왔고, 강정 해군기지는 끝내 준공을 보았고, 강정을 살고 있는 이들은 그 이후에도 더 처절한 날들을 보내고 있어.

 

 그 사이에도 낭독회 프로그램에 제안을 받은 일은 몇 차례 있었지만, 매번 그러지 못하는 사정을 말하며 미안해할 뿐이었다. 그러다 보름 전쯤, 낭독회 프로그램 기획을 하는 호수 님에게 다시 한 번 제안을 받아. 5월 초라는데, 그 즈음이면 갈 수 있을까, 약속을 했다가 그 토요일에도 현장에 잡혀 있게 되지는 않을까, 그 즈음이면 품자는 어느만큼 커있고, 품자를 품에 안을 달래는 어떤 컨디션일까.

 

 사정이 어찌 될지는, 언제나 그날에 가보아야 알겠지만 달래와 의논 끝에 그날 하루는 강정에 다녀오는 걸 약속하기로 했다. 감자만 데리고 다녀오는 걸로, 감자품자 둘을 보느라 녹초가 된 달래를 두고, 그 저녁 시간에 혼자 집을 비울 수는 없어. 오가는 데만 두 시간은 될 텐데 감자가 괜찮을까, 걱정이 아닌 건 아니었지만, 그 동안에도 감자랑 아빠 둘이서 가까이 다니기는 하였으니 아주 못할 것도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약속을 해놓고 보니, 내 순서가 되었을 때 어떤 걸 해야 할지. 나야 노래도 연주도 아닐 거고, 무언가를 읽는 거 정도밖에 안 될 텐데, 어떤 거를 읽을까. 무언가를 새로 써 갈 준비는 아무래도 어려워. 마침 이번 낭독회 제목으로는 <<그꿈들>> 제목을 그대로 하였다는데, <<그꿈들>>에 있는 어느 한 대목을 읽으면 될까. 떠오를 때마다 잠깐씩 고민을 하다가 아주 오래 전 썼던 어느 글 하나를 다시 찾아 읽었다.

 

 이천육년, 평택미군기지확장을 막던 대추리, 도두리의 싸움이 막바지에 들던 때, 썼던 동화 <<들이 꾸는 꿈>>. 그런데 그때 쓰던 컴퓨터는 망가져버렸고, 쓰던 유에스비도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 어떻게 그거를 찾아볼 수 있을까 싶어 생각하다 보니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내는 회보 <<동화읽는어른>>에 발표했던 게 생각나, 홈페이지엘 들어가보니 다행히도 거기에서 검색이 되어. 동화읽는어른 2006년 7월호.

 

 그때 썼던 글을 들추어 다시 읽다보니, 그때 시간들이 떠올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쑥대밭이 되어 무너져내리던 대추분교, 포클레인 위에 매달려 끌려내리던, 철조망을 몸에 두르고 경찰들을 막아서던, 경찰 아닌 군인들까지 투입되어 작전을 벌이던, 시멘트를 쏟아부어 농수로를 막아버리던, 어떻게든 농사짓는 땅을 지키느라 물없는 논에 직파로 볍씨를 뿌리던, 노래를, 솟대를, 장승을, 걸개를, 그림을, 잔치를, 농사를, 빈집을, 마을을, 어떻게든 사람이 사는 농사짓는 마을을 이어가고자 하던 몸부림들.

 

 십 분을 주었으니, 에이포 일곱 쪽 그 글을 다 읽을 수 있으려는지는 모르겠다.

 

 그꿈들.

 그곳에 꿈들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들이 꾸던 꿈이 있었습니다.

 

 

 

 

 해군기지가 준공을 하고, 구상권 청구라는 목을 졸리우는 일을 당한 뒤로 강정은 어땠을지. 텅 비어버린 것 같은 얼굴을 하신 신부님이 집엘 다녀간 뒤로도 통 살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들어가본 구럼비 카페, 강정은 더 아팠고, 더 처절했했다. 길바닥 미사는 그치지 않았다. 비가 오는 속에서도, 벚꽃잎이 나리는 아래에서도. 미사를 방해하는 경찰은 더 우악스러웠으며, 신부님은 몸을 던져 매달렸고, 딸기는 주저앉아 끌어안았다. 마을 주민들은 천막회관을 열고 나섰고, 경찰들은 그마저도 뜯어내려했다. 그 사이 강정에서는 곡절 끝에 국제평화영화제를 치러내기도 해.

 

 

 20160403 비오는 강정의 사삼 미사 

 

 20160408 벚꽃 흩날리는 강정의 길바닥 미사 

 

 20160411 천막 마을회관을 시작하며 

 

 20160410-11 천막 마을회관, 그리고 경찰의 불법적 철거 시도 

 

 20160415 세월호 참사 2주기 - 진실을 밝혀라, 강정 

 

 20160416 세월호 2주기, 강정 

 

 20160418 미사를 보장하라 

 

 20160422-28 강정의 하루 

 

 

강정은 이렇게 눈물겹게 살아내고 있다. 그 눈물을 붙잡고서, 그 눈물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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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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