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자

감자로그 2015. 7. 16. 01:27

 

 

 

 지난 번 바다에 나갔을 땐 감자가 제대로 물에서 놀지를 못했어. 목튜브라는 게 있다고 하여, 그걸 목에 끼우고 물에 들어가면 아기들이 동동 떠다니면서 그렇게 좋아할 거라고. 요즘 유행한다는 텔레비전 육아 예능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던가. 암튼 그래서 감자네 집에도 그걸 하나 마련하였다. 목욕하기를 좋아해서, 신생아 때부터 목욕물에 들어가면 편안하게 있어, 목욕하면서 울기는커녕 좋아라 즐기기를 하니, 그렇게 물놀이를 하면 얼마나 좋아할까 싶었다.

 

 그래서 목튜브를 하나 마련하고는 맨 처음 나갔던 게 곽지 바닷가. 그런데 앗차차! 감자에게는 바닷물이 너무나도 차가웠어. 목에 튜브를 걸고 아기들이 좋아라 하는 데는 목욕물처럼 따뜻한 물이라는 걸 깜빡 잊었던 거. 그랬으니 무턱대고 바닷가로 나갔던 그날은 사실 감자가 맘껏 물놀이를 하진 못했다. 그저 감자가 처음으로 바닷물에 몸을 담갔던 것만으로 특별한 날이 되었달까.

 

 

 그렇다고 집에다 감자가 놀 수 있을 만한 수영장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 바람을 채워서 수영장처럼 만드는 그런 게 있다지만, 이 조그만 집에 그 값비싼 걸 들일 수가 있나. 어떡해야 감자에게 제대로 된 물놀이를 시켜줄 수 있을까. 그전부터 듣기는 했다. 산방산에 있는 탄산온천엘 가면 아기들이 놀 수 있는 노천탕이 있다고. 거기는 물도 따스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일부러 찾아드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래서 감자네 식구도 언제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드디어 그곳엘 찾아갔다 ㅎㅎ 

 

 

 

 

 그렇게 세 시간 남짓을 놀았을까. 노천탕으로 나가기 전, 목욕탕부터 들렀더랬으니, 이날은 아빠랑 감자 둘이서 목욕탕에도 처음으로 가보게 된 날이었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정말로 감자랑 손잡고 목욕탕에 다닐 날이 오겠구나.

 

 

 물에 빠진 물감자, 물에서 놀려니 감자도 힘이 들었나봐. 차를 타자마자 눈을 감아 집에 오는 내내 깊은 잠에 빠져버리네. 이틀 지나면 아홉 달이 되던 날, 감자는 그렇게 물찬 감자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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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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