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품

감자로그 2015. 7. 31. 01:10

 

 

 

1. 감자

 

 

 감자네' 난장이공을 가장 자주 찾아주는 단골은 단연 수니 언니랑 익이 형님. 수니익이 두 분도 난장이공에 오면 감자를 보며 함께 행복해 해. 젤로 많이 하는 말은 정말 순하다, 어쩜 이렇게 잘 웃을까.

 

 어느 날 저녁엔 언니랑 형님이 술 한 잔을 하러 내려왔다가 안주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두 분이서 감자를 봐주었네. 그러다가 수니 언니가 전화기에 있는 사진기로 찍은 사진. 그날은 이 사진들을 보지 못했는데, 달래가 보고는 정말 예쁘다면서, 수니 언니에게 카톡으로 받아야한다며, 내게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그러다가 그 이틀 뒤 다시 수니익이 두 분이 왔을 때 건네어 받은 거. 수니 언니는 벌써 언니의 인스타그램에 이 사진을 올렸다지.  

 

 

 

 

 

 

 

 

 

2. 품

 

 

 지난 월요일, 카페가 쉬는 날, 감자도 엄마아빠하고 다같이 병원에 가서 보았지. 엄마 뱃속에 콩알처럼 조그맣게 움직이고 있던 사진. 물소리처럼 들리던 크고 씩씩한 숨소리. 열아홉 달 전, 감자 너를 처음 만날 때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네가 찾아와주었던 것처럼 엄마 뱃속에 동생이 찾아왔어. 아직 갓난아기이기만 한 우리 감자에게 동생이 생기다니. 벌써 여덟 주가 지났다니, 내년 봄, 삼월이면 아기를 만나. 이제 곧 감자는 언니가 되겠네.     

 

 엄마랑 아빤 우리에게 온 아기를 품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감자랑 동생이랑 서로 좋아하기를 바라면서, 그렇담 감자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뭘까, 하다 보니까 감자가 젤로 좋아하는 건 엄마 품, 아빠 품. 그래서 지은 아기 이름이 품이야. 품아, 엄마 품으로 건강하게 오너라. 엄마랑 아빠랑 감자언니가 정성껏 맞을게.  

 

 두 아이의 엄마가,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구나. 그리고 감자는 언니가 되어. 달래 뱃속에 깃든, 아직은 콩알만한 또 하나의 목숨, 그 조그만 우주. 아빤 이번엔 바람이 그리 어렵거나 하질 않네. 그저 감자 언니를 닮은 아기이기를, 감자 언니처럼 건강하게, 감자 언니처럼 고요하게, 감자 언니처럼 잘 웃는 아기이기를.

 

 감자네 식구에게 아기가 왔어. 봄에는 품이가 나올 거야.

 

 고맙다, 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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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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