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탑, 감자

감자로그 2015. 5. 19. 04:22

 

 

     

 

 여섯 시까지 기차역엘 가야겠으니 그보다 한 시간은 일찍 일어나야했다. 준비를 다 해놓고 다섯 시 반, 감자를 깨워. 그 전날엔 비행기 시간에 맞추느라 자는 아기를 여섯 시에 깨워야했는데, 이 날은 더 서둘러. 가뜩이나 먼 여행길로 피곤해서 지쳐있을 텐데, 그마저도 잠을 제대로 재우지 못하고 새벽 바람에 또다시 깨워야 하니 이걸 어째. 그러나 감자는 잠결에 방긋, 까륵. 그저 감자가 고마울 뿐. 이번엔 칙폭칙폭 기차를 타고 갈 거야. 할아버지가 살던 곳.

 

 

 

 

 

 

 

 

 할아버지 살던 오두막, 조탑리를 나오면서 할아버지가 다녔던 일직남부초등학교에 들러. 지난 해였다던가, 폐교가 된 그곳으로 어린이재단 사무실을 옮기고, 그곳을 권정생동화나라, 라는 이름으로 기념관 같은 걸 만들었다고. 그 일을 두고 말이 많았다. 일부러 알려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저렇게 전해오는 얘기들, 말하지 못할 속사정들.

 

 어떻게 해놓았기에 그런가 싶어 들러보고 싶기도 하였고, 게다가 이번에는 할아버지 추모 기간을 기점으로 병수 아저씨의 자모솟대들로 기획전을 열고 있다고도 해. 그래, 감자야, 할아버지가 다녔던 학교, 거기에 가서 솟대 큰아빠랑도 만나보고 가자. 

 

 

 

 

 솔직한 심정은, 할아버지 이름을 붙여놓은 그 동화나라 라는 곳엘 들어서는 순간부터 왜 그리도 부끄러운 마음이 들던지. 왜 내가 부끄러운지. 할아버지를 닮지 않은, 그곳엔 할아버지가 있지 않을 것 같은. 그 어색한 공간에 할아버지를 불러오기 위해 병수 아저씨는 또다시 광대가 되어 애를 쓰고 있었네. 그 어느날 할아버지가 아저씨에게 편지에 쓴 것처럼, 병수를 보며 눈물이 나겠지. 그러다간 이내 웃어야 한다며 웃음을 지을까.

 

 동화나라, 라고 이름붙여놓은 그곳에서 나와 할아버지가 생전에 즐겨 찾곤 하던 단촌에 있는 조그만 칼국숫집. 언젠가 이날처럼 따사로운 볕을 맞으며 골부리국을 사주신다며 이 골목 어딘가를 함께 걷던 때가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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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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