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것도 예쁜 거지만, 뭣보다도 입장료 무료라고 써있으니 속이 시원해. 전에 퍼다 올린 알라딘 이벤트용 포스터는, 그걸 보는 사람마다 초대인원이 30이라는데, 가도 되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았거든 ㅠㅠ
아, 시원하고 예쁘다!
2. 아이들
낮은산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어. 그렇게 좋으냐고. 네. 시와가 온다니까 그렇게 좋아? 네, 좋아요오오. 좋아 죽네, 죽어 ㅎㅎㅎ 그래서 행사 날이 안 왔으면 좋겠어요. 그냥 계속 이 기분으로, 설레면서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곧 시와를 만나는구나, 하면서. 하하하. (정말 그런 마음이야. 그냥 맨날 이렇게, 이제 닷새 뒤면 시와를 직접 만나네, 하는 기분으로만, 앙앙앙.)
아저씨는 선물이 하나 더 있다고 했어.
무슨 선물이 또 있단 말이지? 모냐고 그랬더니, 엊그제 했던 기차길옆작은학교의 정기공연, 그 공부방 아이들이 그날 무대에 오를 거라는 거. 이야아, 정말요? 공연팀 전체는 아니지만, 초등 저학년 꼬맹이들 여덟이서 하는 몸짓패 공연을 하기로 했다고. 와아아, 만세만세만만세!
안그래도 공연을 보러가질 못해 얼마나 아쉬웁던지. (하지만 그 주말엔 감자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 이모와 이모부 여섯 분이 다같이 감자를 보러 제주에 내려오는 바람에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어. 벌써 두어 달 전부터 비행기표를 끊어두고, 직장에서 하루를 쉬게 맞춰놓고, 김포에서 김해에서 다들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아, 그런데 작은학교 언니형아들이 그날 북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근이 말로는 겁나 귀엽더라는, 그리고 무지 잘하더라는, 기차길옆작은학교의 몸짓패 아이들. 아저씨 말대로 정말로 놀라운 깜짝 선물.
감자네 세 식구는 가지 못했지만, 감자네 집에서는 근이가 대표로 올라가. 초대권 두 장을 주었더니 여친이랑 둘이서 그 주말 데이트를. 공연을 보고 나와 여자친구가 무지 좋아했더라나, 공연 보게 해주어 고맙다고 몇 번이고 인사를. 근이도 좋았다고 말을 하는 게 그냥 하는 소리로 보이지 않으니, 녀석의 좋아하는 얼굴만으로도 공연을 보러 가지 못한 아쉬움이 달래지는 것 같아.
저 위에 있는 사진은 근이가 가지고 내려온 공연 팜플렛을 찍은 건데, 이번 작은학교 공연에서는 요 제목 글씨를 내가 쓰기도 했다. ^^v 저기 저 팜플렛에 있는 공연 제목, 그꿈들 ㅎㅎ
몇 글자 되지도 않는 걸 쓰는 건데 왜 그렇게 부담이 되던지, 이렇게 에이포 종이에다 크레파스 색깔을 바꿔가며 쓰고 또 썼는데도 내 마음엔 하나도 들지가 않아. 할 수 없이 그냥 저거를 스캔해서 보냈더랬는데, 어느 거가 뽑혔나 봤더니 초록색으로 쓴 거네. 그래도 그것만 따로 떼어놓으니까 보니까 그래도 괜찮긴 하다, 헤헤.
아하하, 이제 곧 감자는 기차길 언니형아들도 만나겠구나. 그리고 언니형아들이 여러 달 걸려 준비해온 멋진 공연까지 볼 수가 있어!
3. 동영상
그리고 아저씨에게 또다시 전화가. 아마 지난 주에 공연장에 가서 무대와 관련한 것들을 점검하고, 어느 정도 진행의 구상 같은 것도 하고 그랬는 모양. 아마 무대 위에서 시와랑 에게해 언니랑 셋이 올라가 있으면서 짧은 영상 하나를 비추려는데, 그러기엔 지난 번 제주에서 준비한 영상을 그대로 틀기엔 조금 긴 듯하다고. 그래서 하는 얘기가 제주 전시 때 민이 만들었던 동영상을 오분 정도로 줄여줄 수 있겠냐는 거. 그런데 내가 동영상을 만들거나 줄이거나 그런 거에 대해 몰 알아야 말이지. 민은 요즈음 작업이 바빠 작업이 바빠 눈코뜰 새가 없을 텐데, 사정을 잘 알면서 부탁을 할 수도 없고. 그러다가 근이랑 같이 머리를 싸맸다. 있는 동영상을 줄이는 것보담야, 아예 새로 만드는 게 더 수월할 수 있겠다 싶어.
나름 스토리라인을 두어가며 사진을 고르는 일은 내가, 그 밖에 기술적인 부분은 근이가. 그런데 이런 작업이 원래 그런 건지, 얼추 되었다 싶으면 좀 더 손을 보고 싶은 데가 생기고, 이 정도면 됐다 싶으면 좀 더 가보고 싶은 게 눈에 들어오고 그러는 거라. 사진 순서도 바꾸어보았다가, 헬기가 날아갈 때 들리는 효과음 같은 것도 찾아다가 붙였다가, 배경음악 길이에 사진 넘어가는 간격이나 개수를 맞춰보느라 시계로 초침을 보아가기도 하면서……. 그렇게 덤앤더머 형제 둘이 밤늦도록 애를 써가며 만들어낸 거. 여기까지 해놓고 나서도 이래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더 있었지만, 우리가 모 아카데미에 출품할 것도 아니고, 이만큼이면 나쁘진 않겠다 하면서 여기까지만.
근이가 있었으니 이렇게나마 만들 수가 있었다. 그러는동안 오랜만에 그때 사진들을 몇 시간이고 되돌려 보게 되었어. 여기엔 예순 장 안 되는 사진을 골라서 넣었지만, 그걸 그보다 열 배가 넘는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 보면서. 절로 눈을 감게 되기도 하였고, 멈춰둔 채로 그리로 걸어들어가게 되던 그 때 기억들.